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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내용

• 소주
  
  1월16일 : 소주로 이동
  
  
  -중국에서 영어 너 참 고생한다-
  중국은 정말 넓다. 우리 TM들은 거의 하루에 서울에서 부산 왕복하는 거리를 달려 중국 대륙을 횡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내륙 시안 지방은 근처도 못 가봤을 정도로 중국은 정말 거대한 땅덩이의 나라이다.
  흔히들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 하지만 여행 중에 영어가 통하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국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엄청 잘하고 나머진 기본 단어도 모른다. 길을 물어볼때 같은 경우 영어로 말을 걸면 도망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이럴 땐 무조건 안경 쓰고 가방 든 사람을 찍어 길을 물어봐야 한다.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자유관광을 위해 유원 가든으로 향하는데 도저히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결국 길가던 중국인 하나를 붙잡고 펜과 노트를 들고 가든을 그림으로 그렸다. 물과 물고기 나무가 있는 멋진 정원을 그리니 이 중국인의 표정이 밝아지며 우리를 어딘가로 안내한다. 아 드디어 통했구나 싶어 기뻐하며 따라갔더니.. 이 중국사람은 우리를 화장실로 안내해 주었다. 그날 그림을 그렸던 대원은 완전 매장되었다는...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유원가든에 도착하였다. 유원가든에서 중국 정원의 양식을 둘러본 후 일행은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이메일로 소식이나 전할 목적으로 인터넷 까페를 찾아가기로 하였다. 한국에 지천으로 깔린 인터넷 겜방, 그러나 여긴 중국이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게 실수였다. 여행 안내서인 ‘LONELY PLANET’에 의하면 분명히 인터넷 까페가 하나 공사중에 있다고 했는데 도저히 찾기가 힘이 들었다. 책이 나온 시점에서 2년이 지났으니 이제 완공이 되고도 남았을 텐데. 우리 일행은 결국 INTER NET이라고 쓰인 영어를 구석의 조그만 가게에서 발견하고 기뻐 달려 갔다. 문을 열었더니 똑똑 바둑알 두는 소리가 들린다. 기원이었다. INTER NET이 바둑이라는 뜻이었나? 바둑 두던 사람들도 웬 젊은 사람들이 떼로 들어오자 놀라는 기색이었다. 간판의 띄어쓰기에 유의했어야 했는데... INTERNET이 아니라 INTER NET이라고 씌어있는 것이 어딘지 이상하더라니만.
  길가는 사람에게 인터넷, 이메일, 컴퓨터까지 설명하며 또다시 안내 받은 곳은 이번엔 컴퓨터 가게였다. 다음 번엔 컴퓨터 소프트웨어 파는 곳. 인터넷 까페 찾기가 이렇게 힘들 줄 이야. 결국 3시간여를 헤맨 끝에 허름한 오락실 같이 생긴 인터넷 겜방을 찾아 들어갔다.
  개미집처럼 방이 나뉘어진 곳에 아이들이 잔뜩 스타 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게임은 한시간에 6원, 이메일 체크는 20원이었다. 우리가 들어가 이메일을 하고 싶다고 하자 아줌마는 게임 하던 애들을 내보내고 우리에게 자리를 내준다. 6원보다는 20원 버는 게 수지가 맞는 장사니까. 이메일을 체크하기 위해 한글을 다운 받는데 아줌마가 해바라기씨를 잔뜩 들고 들어와 나눠 주며 씩 웃는다. 중국 사람들은 어찌 된 게 미워할 수가 없다. WWW.MURITS.CO.KR로 들어가 아줌마에게 우리 사진이랑 여행을 설명해 주었다. 서툰 영어와 중국어로도 의사소통을 하는데 아줌마가 갑자기 TV를 가리키며 우리를 TV에서 보았다고 반가와 하였다. 중국 산동TV의 ‘CROSS THE LAND’라는 방송이 매주 금요일 밤 7시 40분에 방영 중이라고 한다. 여기 중국의 조그만 겜방에서도 우리의 여행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참 기뻤다. 우리의 여행의 모든 것을 모든 사람과 나누고 싶다. 여기 이 겜방의 아줌마를 포함한 중국인들과 한국의 친구들과, 세계인들과.
  이메일을 체크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데 길거리에 트럭 운전사 둘이 트럭 안에서 열심히 독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런 학구열이.. 숙소로 돌아와 중국 대원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외설소설(일명 빨간책)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고 한다. 중국의 길거리에도 SEX SHOP 들이 간간히 눈에 띄고 안에는 외설스러운 사진과 정력제 같은 것들이 가득하다. 거리에서 500원이면 여자를 살 수 있다고 한다. 중국 대원들의 말에 의하면 술집이나 단란주점에 가면 허벅지 굵은 여자들이 몽땅 모여 있다고 한다. 이들 여자들은 수입이 높기 때문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허벅지가 굵어졌다는 우스개 소리 속에서 요즘 중국의 현실을 알 수 있었다. 돈의 가치가 정신적 가치보다 중시되는 것이 지금의 중국인 것이다. 중국에선 돈이면 안되는 일이 없고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돈을 벌고자 노력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중국에선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호텔이나 여관에 가는 것이 불법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데이트를 하자는 말을 같이 밤에 산책을 나가자고 표현한다. 그러니 누가 같이 길을 걷자고 하면 심사숙고 할 일이다. 하긴, 중국은 소녀경 같은 온갖 성애문학 또한 발달한 나라가 아닌가. 결코 만만히 볼 나라가 아니었지.
   
  
  
  상해
  
  1월 18일 ~ 1월 28일 상해
  
  
  -15일간의 축제, 중국의 춘절-
  두둥 둥 둥!
  축제를 알리는 거대한 북소리가 울렸다.
  오늘은 춘절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거리 퍼레이드와 용춤 행렬이 있는 날이다. 멀리 한국에서 온 우리 TM들은 이곳 중국의 샨토에서 귀빈 대접을 받으며 오늘 거리 행진에도 참가하기로 하였다. 다들 아침 일찍부터 차를 닦고 곧이어 있을 행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한국식으로 차례상을 차려 각자 조상님께 예를 올렸다. 멀리 중국에서 이렇게 아침 일찍 대원 모두 모여 차례를 지내니 한국의 가족들이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어디를 가도 우린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이렇게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가족들에게 마음속으로 구정인사도 잊지 않았다.
  중국의 춘절은 과연 중국의 가장 큰 명절답게 그 규모면서도 웅장함과 화려함을 자랑한다. 오늘을 위해 용춤을 출 남자 무용수들을 나르는 대형 버스만도 5대가 되고 그들이 먹다 버린 도시락이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거리로 물밀듯이 몰려나온 시민들은 모두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오늘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다들 들뜬 모습이었다.
  중국의 전통 의상인 츠바와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곱게 차려 있은 우리의 여자 대원들이 거리로 나서자 시민들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다섯대의 차량으로 퍼레이드의 한가운데를 장식하며 드디어 행진이 시작되었다. 새 천년 대륙 평정이라고 쓰여진 흰색 차량이 열을 지어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자 중국 방송팀들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도로에 늘어선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춘제하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외치는 우리 TM의 모습을 잡기위해 따라붙는 방송차량만도 넉 대나 되었다. 거리의 시민들에게 I LOVE KOREA 스티커와 볼펜을 나누어 주며 민간 외교사절로서도 뜻 깊은 행진이었다. 시민들은 호기심과 순진무구한 미소로 한국에서 온 우리 TM들을 환영해 주었다. 손을 흔들며 춘제하오라고 외치는 중국 시민들과 우리 TM은 정말 하나되는 짜릿한 순간을 맛보았다. 모두들 축제를 즐기고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살아있다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할까. 과연 살면서 얼마나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순간순간을 보내게 될까. 아, 정말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춘절은 우리에게 이렇게 벅찬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오전의 시내 행진을 마치고 축제 무드는 저녁식사까지 이어졌다. 푸짐한 술과 음식, 떠들썩한 웃음, 오늘은 모두가 웃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날이다. 우리와 동석한 중국 대원들에 의하면 중국인들은 1년간의 고된 삶을 충전하는 기간이 바로 이 춘절이라고 한다. 춘절은 15일이나 연휴가 계속되는 정말 어마어마한 명절이다. 처음 중국 베이징 공항에 내려 받은 칙칙하고 어두운 느낌, 무표정한 시민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가장 인상적으로 각인된 모습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거리를 베이징 시민들이 묵묵히 자전거를 타고 비를 맞으며 달리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이 고된 삶의 마디 마디를 춘절 기간동안 하나하나 풀어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춘절에는 1년 치 먹을 기름기를 양껏 섭취하고 즐기는 거야요. 건배가!” 우리 테이블의 조선족 청년의 북한 말투의 멋진 스타트로 중국식 음주가무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한 끼, 한 패기 한다던 우리 TM들도 중국 술 문화에는 두 손을 든 것이, 상대방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술을 한번에 입안에 털어넣고 상대에게 빈잔을 보여 줘야만 한다. 도수가 50도가 넘는 중국 술을 이런 식으로 마신다고 생각해 보라. 결국 자정이 되기도 전에 일행은 차례차례 나가떨어졌다. 술을 마신 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을 중국에선 정직한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 TM은 그날 모두 정직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모두 붉어진 얼굴로 중국인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중국 노래와 한국 노래를 합창을 하였다.
  
  군가 스타일의 중국 노래가 끝나면 다시 한국의 남행열차, 고래사냥이 이어졌다. 그러다 중국 대원 중 한명이 영화 ‘첨밀밀’의 주제가 였던 첨밀밀을 부르자 한국인들도 모두 신이나 같이 불렀다. 드라마 주제곡으로 리메이크되어 크게 한국에서 이 노래가 히트였다고 하자 중국인들도 놀라와 하였다. 우리 새 천년 대륙 평정팀의 주제가로 ‘첨밀밀’을 삼기로 하고 모두들 어울려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떠들었다.
  중국의 춘절은 모든 사람들이 하나되어 즐기는 진정한 명절이요 축제였다. 오늘을 통해 우리 TM 모두는 세계여행 첫 나라인 중국에 한 걸음 다가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항저우
  
  1월 29일
  -연꽃 피는 소리, 중국의 서호에서-
  아침 일찍부터 호텔 로비가 부산하다.
  중국팀 팀장인 ‘데이빗’이 계속 전화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 가운데 차량 정비를 맡은 대원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선두차인 1호차에 벌써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비포장 도로인 길을 어제 2시간 가량 달린 것이 화근이 된 것 같다. 돌이 튀어 부품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결국 항저우로 향하는 길에 앞서 1호차를 수리하기로 하였다. 진베이 차량 서비스 센터를 수배하여 그곳으로 향하는데 어찌된 것이 서비스 센터라고 된 곳이 온통 자갈밭인데다가 환경이 열악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쪽에서는 시멘트를 발라 길을 만들고 있고 개 두 마리가 뛰어 노는 것이 차량 정비소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차량을 들어올려 부품을 갈아 끼우고 엔진 오일 교환하는데 5시간이나 소비하고 말았다.
  
  항저우까지 휴식 없이 이동해도 꼬박 8시간을 운전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결국 우리 대원 모두는 점심식사 할 시간도 없이 각 차량에 간단한 빵과 물을 싣고 서둘러 다음 목적지인 항저우로 향했다.
  예정대로라면 저녁 6시에 도착했을 항저우에 결국 자정이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8시간을 교대로 계속 운전을 하며 달려온 우리 대원 모두는 녹초가 되어 호텔방에 나가 떨어지고 일부는 뒤늦은 저녁식사를 하러 시내의 식당으로 향했다.
  남쪽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호텔에 난방이 되지 않는 곳이 많아 오히려 더 추위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동태가 된 것처럼 빳빳한 것이 어제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아침 식사로 중국식 흰 빵을 먹었다. 속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흰찐빵에 썩두부라 부르는 것을 발라먹는데 이게 정말 엄청나다. 썩두부는 말 그대로 두부를 썩힌 것으로 맛이 충격적으로 괴상하기 때문에 중국 대원들이 맛있게 그놈의 두부를 빵에 발라 먹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머리가 띵해진다. 결국 한국 대원들은 맛없는 흰 빵을 입에 쑤셔 넣으며 항저우에서의 첫날을 맞았다.
  항저우는 유명한 관광지로 특히 아름다운 호수인 ‘서호’가 유명하다고 한다. 다들 피곤에 겨워 늦은 아침식사를 마친 후 각자의 할 일을 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느라 호수 구경은 엄두도 못 내고 말았다. 빡빡한 이동 일정과 각자의 여행 중 임무로 인해 다들 피곤해 보인다. 여행이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던 친구의 말이 문득 생각난다. 어느새 여행이 일이 되버린 걸까? 1년간의 세계여행, 말처럼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계속 쉼 없이 여행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체력과 정신력을 요하는 일이라는 걸 우리 대원 모두는 실감해야만 했다.
  내일은 아침 일찍 항저우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광쩌우로 향해야 하는데... 하지만 여기 중국까지 와서 중국의 서호를 못보고 떠난다는 게 말이 안되는 일이다. 우리 한국 대원들은 중국 대원들이 모두 자고 있는 새벽에 일어나 차를 끌고 서호로 향했다. 새벽의 서호는 아련한 안개 속에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내었다. 크지만 미련하지 않고 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그 모습은 대원들 가슴 하나하나의 감수성을 크게 자극했다. 그 순간, 마치 연꽃 피는 소리마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귀는 열리고, 가슴은 고요해졌다.
  서호의 일출을 본 후 대원 모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호텔방의 침대로 다시 들어가 태연스럽게 지금 막 일어나는 중국 대원들과 아침 인사를 하였다.
  새벽의 공기는 여행에 지친 우리의 가슴과 머리를 말끔히 씻어내려 주었다. 다시 차에 올라 오늘의 목적지인 광쩌우로 향하며 우리 대원 모두는 남몰래 미소를 교환하였다.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만의 의미심장한 미소. 그것은 새벽의 서호가 우리 TM에게 준 작은 이슬같은 축복이었다.
  

  
  해남도
  
  2월 17일 ~ 2월 20일
  -뱃길로 11시간, 해남도를 가다-
  새 천년 대륙평정-우리 젊은이의 패기로 전세계를 횡단한다.
  먼 여행의 첫 나라인 중국, 7000Km가 넘는 길을 달려왔다. 중국 대륙을 횡단하여 이제 4일 후면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도시 핑샹에 도착한다. 발로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에 대원들 모두 흥분과 긴장의 나날이다. 차를 과연 무사히 국경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우리의 여행은 많은 가능성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만일 차가 국경을 넘지 못한다면 국경에서 차를 포기하고 도보로라도 베트남에 입성할 계획이다.
  난닝에서 핑샹까지 차로 이동거리는 300Km, 하루면 충분한 거리이다. 난닝은 조그마한 중소도시로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다. 대원모두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회의를 갖고 난닝 근처의 유명한 섬에 갔다 오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북해도, 중국식으로 발음하면 하이난 섬이다. 중국에서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뽑히는 이 섬은 언제나 따뜻한 기후와 모래가 고운 해변이 유명하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제주도 같다.
  
  배로 섬까지 11시간, 1등칸은 침대가 2개 있는 호화스러운 객실이고 2등칸은 4인실, 그리고 3등칸은 의자도 없이 찬 나무바닥에 앉아서 가야 한다. 항구에 도착하니 거대한 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벌써부터 짐을 한아름 진 중국인들이 줄을 지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3등칸 승객들인 듯 보이는 이들은 빨리 배에 들어가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몇 천원 차이인데 11시간을 고생스럽게 가는 길을 선택한 이들의 삶은 매우 고되어 보였다. 우리는 2등칸의 티켓을 끊고 항구에 차 3대를 놓아두고 2대만을 배에 싣고 하이난 아일랜드로 떠났다. 배 안엔 식당, 샤워실,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는데 3등칸에 올라가보니 바닥에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고, 화장실의 악취도 심하게 나고 있었다. 곳곳에서 카드 하는 사람, 해바라기씨를 까먹고 있는 사람, 애 우는 소리, 마치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였다. 배가 망망대해로 떠나니 사람들은 하나 둘씩 잠이 들고 배도 바다도 불빛 하나 없이 조용해졌다.
  배위의 딱딱한 나무침대에서 11시간을 보내고 일어나니 아침엔 마치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 것이 도대체 왜 이 섬에 와야만 했나 싶었는데 막상 배에서 내려 섬을 본 순간 모든 생각이 정지하고 탄성이 나올 뿐이었다. 야자나무엔 코코넛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옥색 해변을 따라 3시간을 달려 우리의 숙소인 파라다이스 호텔에 도착하여 호텔 뒤의 해변으로 모두 달려갔다. 입고 있던 내복과 겨울 옷을 벗어 던지고 샌들과 수영복 차림으로 해변을 뒹구는 기분은 이것이 바로 파라다이스라는,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 TM 모두는 마치 국경을 건너기 전 마지막 휴가를 받은 기분으로 이 섬에서는 국경 통과 문제, 비자 문제 같은 골치 아픈 일들을 모두 잊고 마음껏 휴식을 취하고 양껏 햇빛을 쬐기로 하였다. 우리의 행동 강령-야자수 아래에서 코코넛 열매를 먹으며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그러다 지치면 바다에 뛰어든다.
  우리 TM 모두는 해변에서 열대과일을 먹으며 맥주와 함께 파도소리 늦도록 서로의 속깊은 얘기를 하기도 하고, 그 다음날은 배 한 척을 전세 내어 하루 종일 낚시를 하기도 하였다. 스티로폴과 낚시줄로 엉성하게 만든 낚시대로 새우를 미끼 삼아 바다에 줄을 담그니 고기들이 거짓말처럼 술술 올라왔다. 복어새끼를 잡아 배를 간지럽히니 성이 난 복어가 부풀어 오르는 모양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바다에 놓아주니 한동안 죽은척하다가 쏙 달아난다. 그날 낚은 줄돔과 복어를 근처 식당에 맡겨 매운탕도 끓여 먹고, 저녁엔 오늘 한국에서 있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우리 대원 ‘토토’의 졸업식도 축하해 주었다. 멀리 중국의 그것도 최남단의 섬에서 맡는 졸업식,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근처 유치원에서 빌려온 학사모와 가운까지 입고 샴페인 세례에 헹가래로 하이난 아일랜드에서의 꿈같은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시 뱃길로 11시간을 달려 도착한 난닝. 싸늘한데다 비까지 오는 것이 여간 을씨년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제 다시 차를 몰고 국경으로 달려 가야 한다.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밤 늦게까지 차량을 손보고 짐들을 정리하였다. 중국에서 못다한 일들을 마무리하느라 각 대원들의 방의 불빛은 꺼질 줄을 몰랐다.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깊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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