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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6일 독립영화 상영관 시네마루에서 '미스터 좀비'가 개봉했다. 이수성 감독의 저자본 독립영화인 '미스터좀비'는 한국에서 제작된 '괴시', '죽음의 숲', '이웃집 좀비'에 이은 4번째 극장개봉 좀비영화이다. 여름을 달굴 공포에 코미디를 가미해 이수성 감독만의 색깔을 선보였다. 징그럽지만 재밌고 가끔은 귀엽기까지 한 개성넘치는 좀비들이 출연한다.

이번 1편에 이어 2,3편도 제작될 예정인 '미스터 좀비'는 무능력한 40대 가장 영철의 애환을 그린 이야기이다. 치킨가게를 운영하지만 장사는 좀처럼 되지 않고, 항상 외상만 하는 손님과 느닷없이 영철에게 누드모델이 되어달라는 미대생의 주문전화만 들어온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주식까지 망쳐버려 결국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지만 날짜 안에 갚지 못해 영철은 위기에 처한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신메뉴 개발에 전념하던 중 영철은 좀비에게 목을 물리고...



이 영화의 '옥의 티'

'미스터 좀비'는 확실히 저자본의 독립영화였다. 겉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지만 세밀하게 살펴보면 엉성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약간은 조잡한 시놉시스와 어색하게 연결되는 그들만의 관계, 억지성이 뭍어나는 불륜은 이 영화의 '옥의 티'이다.
주제는 영철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영화는 영철의 경제난, 좀비가 된 백수의 취업난, 누드를 그리지 못하는 미대생의 수난, 영철 가족의 가정난 등등 여러갈래로 뻗어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시나리오는 조잡해졌고, 주제를 잃은 영화가 되버렸다. 특히 영철과 미대생의 불륜은 이 영화에서 굳이 다루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었다. 이런 부적절한 관계를 다룬 이유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체 이들의 이야기는 어설프게 마무리됐다.

호평을 휩쓸만한 리얼 좀비

'옥의 티'때문에 아쉬워질 뻔했던 영화를 좀비들의 리얼함이 살려냈다. 분장인지 진짜 좀비인지 구별이 안 될 만큼 살아 숨 쉬는 좀비를 보여준 배우들이 이 영화의 구세주였다. 입을 쩌억 벌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 좀비야'라고 말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좀비다!!'를 외치며 소리질러 버릴 것 같았다. 죽어있는 눈과 덕지덕지 갈라진 피부사이에 메꿔져 있는 피, 썩어문드러진 이빨 등등으로 좀비를 너무나도 잘 표현해냈다. 화면에 가득 찬 좀비의 얼굴을 봤을 때는 나도 모르게 등을 돌려버렸다. 힘 없이 흐물흐물 거리는 걸음걸이 또한 좀비의 묘미를 더해줬다. 이런 사실감을 잘 소화해낸 배우들 덕분에 생동감 넘치는 좀비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곳곳에 깔린 좀비들, 언제 사람들을 덮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영화 속의 어둠이 깔린 배경은 관객들에게 긴장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미스터 좀비'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영철과 좀비의 싸움에는 재미있는 반전이 있었다. 미대생을 지키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영철은 좁은 오피스텔에서 좀비와 숨막히는 접전을 펼친다. 죽느냐 사느냐가 달려있는 순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좀비의 대사는 서프라이즈였다. 공포가 흐르는 분위기에서 맛깔나는 코믹대사도 어찌나 잘 소화해내는지, 모든 관객들이 큰 소리로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원하게 웃음을 주는 '미스터 좀비'. 공포영화를 절대 안 보는 사람도 이 영화의 재미 때문에 시네마루를 찾게 될 것이다.

좀비영화의 매력

귀신, 빙의, 령, 다큐멘터리 형식의 공포물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좀비영화. 좀비영화는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영화 흥행의 최종 열쇠는 좀비의 분장과 연기력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굳이 화려한 조명이나 살 떨리는 배경음악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좀비의 모습 자체에서 느끼는 무서움이 진짜 공포의 관건이다. 관객들의 몸을 조여오고 순간 순간 처음보는 관객석의 옆사람을 안아버릴만한 스릴감은 다른 장르에서 느낄 수 없는 차별성이다.
극장가에 지극히 한국적인 좀비영화들이 속속들이 상영관을 꾀차고 있어 좀비영화팬들은 즐거운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포스터&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클레버스 기자단)=강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