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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 영화<파수꾼>

(클레버스) 모희서 기자 = 중년의 남성(조성하)이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속 아내와 아들은 환하게 웃고 있지만 정작 남자의 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기력한 표정의 남자는 또 한 장의 사진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 속에서 남자의 아들 기태(이제훈)와 그의 친구들 희준(박정민), 동윤(서준영)이 해맑게 웃고 있다. 남자의 아들은 죽었다.

 영화 ‘파수꾼’(감독 윤성현)은 아들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아버지가 아들의 친구들을 만나며 시작된다.

 ‘파수꾼’은 단순히 10대의 성장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권력의 허울과 가족의 사랑, 친구들의 우정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다.

 아빠는 있지만 가정에 무관심했다. 그렇다고 엄마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어린 시절 받아야 할 사랑과 관심의 그릇이 외로움과 분노로 채워진 기태는 우정이라는 방식으로 채워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기태는 야구공 같은 존재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기태는 강속구처럼 격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다. 견디지 못한 친구들은 기태가 강하게 다가오면 올수록 오히려 더 강하게 기태를 되받아 칠 뿐이다.

 기태는 저 멀리 풀숲으로 날아 가버리고 친구들은 더 이상 기태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한때 모두의 주목을 받던 야구공은 그렇게 더러운 오물이 묻은 채 혼자 남겨졌다. 아무도 찾지 않는 야구공은 결국 죽음이라는 마지막 친구와 대면한다.

 영화가 끝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없었던 이유는 우리가 버린 수많은 야구공들이 생각났기 때문이 아닐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청소년들의 욕설과 폭력, 흡연 장면이 영화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모습들을 통해 한국 교육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본질을 오해하고 모방한 현실판 ‘파수꾼’이 만들어 질까 우려 된다.

 한 소년의 죽음을 통해 드러난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상처, 비극을 다룬 ‘파수꾼’은 오는 3월 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