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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20여 년을 지나 먼지가 쌓이고 손때가 묻은 여고생 때 일기장을 꺼내 읽으며,

얼마 전 바르셀로나 컬렉션을 끝내고 캣워크에 서서 손을 흔들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웨딩 디자이너로 어느덧 20년… 참으로 모든 것이 한순간 같다. 꿈 많던 여고시절, 드레스만

나오면 항상 스케치를 하고, 여고생이 되어서까지 인형의 옷을 사고 소품을 사서 코디하고,

상상하며, 만들어 입히는 게 늘 집에 혼자 있는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꿈은 디자이너였다. 그것도 세계적인 디자이너.

웨딩 디자이너로 살아온 지난 20년동안 늘 열정이 넘쳤던 나는, 뒤 한번 안 돌아보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이 일들을 멈추지 않고 해왔다. 때문에 나의 일상은 행복하기도 하지만,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욕심이 많고 완벽주의인 성향으로 나를 만난 신부들이 최고의 신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늘 긴장 속에 작업을 한다. 특별하게 나를 자극하는 디자인의 모티프는 어떤 뛰어난 예술작품

이나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라 신부, 그 자체였고, 디자인의 모티프가 내 일상의 모든 것이었다.

웨딩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때로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 아픔도 있지만, 늘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의 원천, 삶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디자이너로 사는 게

아니라, 어느덧 그것이 나의 일부가 되어 내 삶의 모든 것이 된 것이다. 나는 20여 년 전, 꿈꾸던

소녀로 돌아가 다시 꿈을 꾼다.

세계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아직 다 이루지 못한 꿈을. 내가 앞으로 가져야 할 비전은 바로

브랜드의 세계화, 그리고 선교화이다. 그것이 20년을 오로지 한 길로 곧게 인도하신 나의

하느님께 응답하는 길이란 생각이다.

웨딩매거진 ‘BLANC’ 글 이승진(이승진 웨딩 대표)

최종편집 www.clebus.com Editor_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