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lebus.com

결혼식을 준비할 때 빼놓지 않는 항목이 있다. 바로‘예단비’. 신부 쪽에서 신랑 측에 먼저 얼마의

예단 비용을 건네면 신랑의 어머니가 그 비용의 절반이나 혹은 삼분지 일이라도 돌려주는 알쏭달쏭한

형식을 말하는 것이다. 보통 500만 원대에서 시작되지만 1천만 원을 호가하며 그 액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난다. 어떤 준 재벌급 집안에서는 10억 원의 예단비가 오갔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라면 누구나 이 예단비 때문에 설왕설래한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예단비라는 항목 외에‘꾸밈비’라는 용어가 급물살을 타고 퍼지고 있다.‘ 꾸밈비’?

뭘 꾸민다는 것인가? 신부를 꾸며주는 것인가, 아니면 결혼 자체를 꾸미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말하는가? 어떤 이는 예단비라는 것은 의례적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예단이라는 것은 그 유래가 어찌 되었건 신부의 부모가 신랑의 부모에게 드리는 귀한 예물인데 그게

비록 돈이긴 하지만 현물을 받는 것과 같게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돌려보낸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과거 전통혼례 풍습에서는 시댁에서 며느리 될 신부에게 입을 옷이며 화장품,

장식용구 등 신부가 입고 걸치고 광내는 데 필요한 것을 해주게 되는데 이를 함에 넣어서 보냈다.

이런 것들을 통틀어‘봉채’라고 했단다.

그래서‘함 받는다’를‘봉채 받는다’라고 할 수 있으며 봉채비는 신부가 자기 자신을 꾸밀 때 필요한

돈이기에 꾸밈비라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봉채비는 절대로 예단비 중에서 돌려받는 게

아니라 예단비를 보내기 전에 미리 시댁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돈이다. 과거에는 실제로 봉채를 먼저

받고 난 후에 예단을 보냈지만 이왕 줄 거니까 빨리 줘서 잘 보이자는 신부측의 조급한 마음 때문에

봉채를 받기 전에 예단을 미리 보내다 보니 예단비 중에서 얼마는 되돌려 받아야 한다는 기이한 풍습이

생겨났다는 것이다.항간에는 이런 이론을 철저히 부정한 얘기도 있다. 과거 전통 혼례에는 아예 봉채비

라는 것이 없었으며 이런 것들이 모두 허례허식에 집중하는 일부 몰지 각한 현재 혼례 풍습에서 생겨

났다는 설도 있다.

인터넷에는 꾸밈비로 얼마를 받았다는 얘기부터 시작해 시부모님이 꾸밈비를 줬는데 어떤 봉투에

어떻게 넣어서 줬다는 둥 절차에 관련된 얘기, 꾸밈비를 너무 조금 받아 속상해서 울었다는 하소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해야 하느냐는 고민 상담식의 얘기까지 꾸밈비에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

들이 촌각을 다투며 올라오고 있다. 기자가 결혼할 2000년 초반 당시에도 꾸밈비라는 건 당최 들어

보지도 못한 말이었다. 예단비는 존재했지만 둘 사이에 생략할 수도 있는 문제였고 굳이 드리자면

예단이나 챙겨 드리는 식이었다. 꾸밈비라는 것은 생각할 수도, 생각하기도 다소 귀찮은 문제였던 것.

그런 것들이 어느 틈엔가 스멀스멀 생겨나서 명품 시장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있다. 꾸밈비로 돈을

주기도 하지만 간혹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며느리 될 사람에게는 물론, 그녀의 친정 어머니에게도

선물하고 있다. 시댁의 가풍이나 시어머니의 솜씨보다 명품 브랜드로 치장한 며느리를 꾸며주는 게

확실히 요즘의 추세이긴 한가보다. 한편으로는 씁쓸해질 수밖에 없는 얘기다. 심지어 꾸밈비로

명품백도 하나 못 받으면 바보라는 소리까지 듣는 현실이다. 명품 화장품이나 백을 살 수 있는 건 실제

상위 몇 퍼센트 정도의 사람들 뿐이다. 소위‘가진 자’들의 쇼핑 스타일이다.

인터넷 기사에도 꾸밈비로 장만하는 멋진 백, 어떤 가방을 들어야 오래 갈까?, 꾸밈비로 연출하는 뷰티

등 마치 꾸밈비를 받으라는 식의 기사들이 횡행하고 있다. 물론 있으면 그런 명품백이야 몇 개를

사준들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너도나도 손잡고 모든 국민들이 꾸밈비에 열중한다는 것

이다.전통 혼례에도 없던 형식이 생겨나 결혼하려는 커플의 주머니를 마구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에는 시부모님을 위한 은수저 세트와 이불, 그리고 반상기 세트를 드리며 예를 갖췄다.

그게 고작‘예단’의 전부였다. 예단비에 들어갈 돈을 집을 구하는 데 쓰거나 신혼여행을 좀더 좋은 곳

으로 가는 데 투자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생각해보니 예물도 그렇게 많이 할

필요는 없던 것이다. 시어머니가 해준다고 해서 넙죽 받았는데 이제와보니 하등 쓸데없는 일이었다.

예물을 몇 세트를 더 받아야 자존심을 더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 부질없고 철없는 발상

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젠 보석 몇 세트는 기본이요 명품 백에 꾸밈비라는 과외 비용까지 받아야 기분

좋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세태가 씁쓸할 뿐이다.

예물을 간소화하는 대신 남는 돈을 신랑은 명품 시계, 신부는 명품백 등 꾸밈비로 돌리는 경우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예물은 예물대로 받고 꾸밈비는 또 받아야 하는 것이라서 이중의

비용이 지출된다. 혹자는 꾸밈비라고 해서 모두 허례허식이 아니라는 이도 있다. 최근 예비 부부들이

명품브랜드에서 간단한 커플링만 하고 예산을 아껴 허니문이나 명품 장만에 투자하는데 이게 무슨

허황된 풍습이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개개인의 차이에 따라 꾸밈비는 허례허식이 될 수도 있고 실속을

챙기는 알뜰한 혼례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결혼은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며 그 외 형식은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치러야 행복한 웨딩마치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신부의 겉모습을 꾸민다고 해서 꾸밈비가 아니라 신랑, 신부 서로의 마음가짐을 다시금 꾸미고

재정비해야 하는 진정한‘꾸밈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결혼은 돈으로 쌓아올릴 수 있는 모래성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랑으로 쌓아올리는 금자탑이 되어야 할 것이다.

웨딩매거진 'BLANC' Editor_권희란

www.cleb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