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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

공연기간; 2011. 11. 11(금)~ Openrun

공연시간; 화~금 8시/ 토 4시, 7시/ 일.공휴일 4시/ 월쉼

공연장소; 대학로 나온씨어터

러닝타임; 100분

기획; 나온컬쳐 (주)

동짓날 긴긴 밤이라 했나요? 찬바람이 유난해서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던 밤이었죠?

클레버스에 신청한 표 2매로 아들과 함께 떠났으니 망정이지 어둠 속 가는 길에 몇 번 헤매었답니다. 잘못든 길에 만나는 집들과 건물들이 유독 눈 시립도록 다가오던데요. 성균관 기숙사도 보이고, "어머, 나 이런 곳에 살고프다." 했던 아담한 한옥집을 가르키니 아들이 그곳은 출판사라고 하네요. 작은 명패를 보니 출판사 맞네요.ㅎ 골목을 돌아나오는데 유명인사의 집도 보였고... 시간이 촉박하니 서둘러 다시 길을 더듬어 갑니다.

연극<경로당 폰팅사건>...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울 거라 기대를 하며 들어선 객석은 단체관람객들로 가득 했답니다.

아들은 객석에 나이든 사람들이 많다고 벌써부터 흥미를 잃은 듯 눈치가 보입니다. 순수 연극이라 동작과 대사들만 가득한 경로당 이야기에요.

무대도 처음 그대로 오직 한 곳에서 모두가 이루어지네요. 열악한 환경의 연극인들의 비애를 몸으로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뮤지컬에서 보았던 화려함도 요란함도 가슴을 쿵쿵 울리는 효과음악도 없었지만, 경로당의 이야기를 살짝 엿볼 수 있었어요. 그 안엔 수다스런 할머니, 조신한 할머니, 버럭 소리치는 할머니는 자식들이 연락처를 끊어버린 줄도 모르고 계속 해외전화 연결을 시도하기도, 할머니면서 알바로 폰팅을 하시는 야릇한 이야기... 기저엔 슬픔이 감지가 되지만 시끌벅적하고 경쾌함이 흐릅니다.

그 와중에도 새로온 퇴직한 교장선생과 조신한 할머니의 닿을듯 말듯 연정이 싹트는 이야기.

부녀회장은 장수 아파트의 경로당을 위해 전화비를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노인들은 먹을 것도 안 가져왔다고 타박이고... 그러다 부녀회장이 수백만 원의 엄청난 전화비 청구서를 들고와 통화내역을 확인한 결과 야한 폰팅에 주로 사용한 것이라며 경고를 날립니다. 경로당 노인들은 그러한 것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폰팅도둑을 잡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고...

십 원짜리 고스톱 치는 장면을 보았어요. 문득 여름 날 밤이면 동네 어르신들이 골목 가로등 아래 자리를 깔고 십 원짜리 고스톱 치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손주들도 들락거리다 옆에 자리하다 잠에 들곤 하던 따스한 기억입니다.

머잖아 저도 그러할까요?

문득 아들이 나이든 관객들이 많다고 타박하는 소리에 서러움이 밀려듭니다.

'곱게 늙어야지.' 다짐하지만 저도 어느 훗날 경로당 노인들과 아웅다웅할 것 같아요. 마음 따뜻해지는 공연을 보며 돌아오던 길엔 연말모임이 많은 모양인지 사람들이 무더기로 휘청대며 몰려있었고 뺨이 얼얼하고 귀가 떨어져 나갈듯 얼어붙는 기온에 찬바람이 몰아치니 음식점이든 거리의 포장마차엔 연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밤이었습니다. 어둔 밤 하늘엔 초승달도 자취를 감춘 듯 그 모두를 어둠으로 가두었던 동짓날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