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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오바 오페라단의 라보엠 공연 소식을 알려준 클레버스의 초대를 받고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다. 오페라 잘 만든다는 거장의 공연을 보러 가서 분노를 한 적도 있고 나름 규모가 있는 단체라기에 가봐도 구태의연한 연출에 그저 그런 노래로 별 감동 없이 돌아온 경우가 있어 사실 요즘은 골라서 다니는 편이다. 스크린으로 보는 것보다 못한 실황 오페라는 거의 재앙이니까.

라보엠은 현재가 젊음인 사람은 정말 그렇다며 맞장구 치며 공감할 수 있고 그 시기를 지나  성숙해진 사람이라면 추억의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를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야기인지라  이 시기쯤이면 발레에서는 호두를 까고 오페라는 라보엠을 찾게 되기는 한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이 올려지는 오페라이기에 여러 연출가의 다양한 작품을 봐왔다. 개인적으로는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드라마틱하게 표현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장영아 연출의 라보엠은 화려한 오페라의 묘미를 잘 살리면서도 등장 인물의 균형도 잡혀 있는 현대적인 연극 분위기가 나는 것이 인상 깊었다.

네온 사인과 가죽 점퍼로 젊은이를 위한 연출이라는 평을 얻은 호주 오페라 실황보다 더 현대적으로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시의 모습이 무대를 채운다. 오페라의 실제 배경인 파리보다는 이 오페라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렌트를 연상시키는 세트다.

2막의 카페 모뮈스 역시 원형 무대를 사용하여 축제의 분위기를 잘 살렸는데 전반적인 분위기도 뉴욕의 바같은 모습이다.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미군 군악대의 등장, 왈츠 후반에 이어지는 6중창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적었어도 떠들썩한 축제의 느낌은 살아 있었다.

살짝 아쉬운 것은 이별의 이중창과 사중창이 나오는 3막 앙페르가 무대 전체에 전면으로 들어서 있고 가려진 카페 안쪽의 움직임이 보이는 바람에 애절하고 절묘한 두 쌍의 노래가 바뀌는 부분의 분위기는 그리 살지 못했다. 고정관념인지는 모르겠지만 건물의 따뜻한 불빛으로 뒤로 하고 찬바람 속으로 사라지는 연인들의 모습을 은근하게 비추는 것이 더 마음을 울리는데 이번 연출은 너무 적나라하게 노출해 가슴이 덜 아팠다.

막마다 노래 소리가 조금씩 달랐던 미미를 제외하고는 출연진들 간의 균형이 나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젊은 관객들이나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들이 오페라라는 심적 장벽을 없애고 볼 수 있는 라보엠이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오페라가 점점 더 좋아진다.  누오바 오페라단의 라보엠을 보고 기대보다 좋았기에 습관적으로 가서 보는 곳만 가지 말고 새로운 단체의 무대도 자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만 관객 서비스는 좀 맘에 안들었다. 어지간한 공연에 가면 기념으로 표랑 붙여두려고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편이지만 오페라는 광고로 뒤덮인 것을 만원이나 주고 산 적도 있어  견본을 요구했더니 없다고 했다. 그것도 어이가 없는데 광고만 좀 확인하려 들췄더니 말로 하는 것도 아니고 확 낚아채서 꽤나 기분이 상했다. 참을까 하다가 따끔하게 다음부터는 견본 갖다 두라고 했는데 "글쎄요?"라며 응대했다. 마음에 없더라도 "고려해 보겠습니다."가 답이어야 했지 않나?  본인들 프로그램에 자신이 없었나 보다 라는 생각에 마음 싹 접었다. 무대 뿐만 아니라 손님을 직접 만나는 곳에 있는 사람의 태도가 오페라단의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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