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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꿈과 현실의 공존을 꿈꾸는 남자 '김산호'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을 살아갈수록 지난 날 꿈꿔왔던 이상과 실제로 부딪히게 되는 현실 속에서 많은 청춘들이 혼란의 시기를 겪게 된다. 죽을 것만 같았던 시련의 고통도, 격렬하게 불타올랐던 사랑의 감정도 시간이 지남과 함께 수그러짐을 깨닫는다. 아직 실현되지 못한 꿈이 가슴속에 뛰고 있어도 안정적인 삶을 사는 내가 되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나이 서른. 그 시작점에 선 배우 김산호를 만났다 .

2009년,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본다면?

나에게 스물 아홉 살의 한 해는 지금껏 살아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 동안 미뤄왔던 생각들, 고민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이제껏 케어하지 않아도 됐었던 것들 까지도 신경 써야 하면서 머리 속이 많이 복잡했던 시간이었다.

김산호의 하루는 어떻게 구성되나?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연기나 노래 레슨을 받는다. 공연이나 녹화 전에 시간이 남을 때는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예전에는 일을 하지 않을 때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외출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제일 좋다. 저녁이 되면 공연이나 드라마 촬영을 하고 다시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이제 서른 살의 남자로서, 이성을 만날 때 자신만의 기준이 뚜렷하게 생겼을 것 같다.

이성을 만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한가지 있다. 바로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진실되게 대하는 가 이다. 꾸밈 없이 솔직한 사람이 좋다. 나 역시 연애를 할 때 나의 모든 것을 감추지 않고 다 보여주는 편이다. 서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냈을 때,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여성의 어떠한 외형적인 부분에 매력을 느끼나?

잘 웃는 여자를 좋아한다. 잘 웃는다는 것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남을 배려 할 줄 도 아는 것이고. 자신이 힘들더라도 함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웃을 줄 알고,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여자가 좋다. 자신의 불만만 털어놓으며 툴툴대는 여자에게서는 매력을 못 느낀다.

만나보고 싶은 여성이 구체적으로 있다면?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진 여성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악기나 디자인, 패션 등 분야에 상관없이 열심히 일하고, 그 일에 대해 성취감을 느낄 줄 아는 여자가 좋다. 요즘에는 글 쓰는 여성을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 이는 배우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하고 공감하며,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연애할 때,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이나 간섭 등을 하는 편인가?

그렇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해 인정을 받는 여자가 좋다. 그래서 옆에서 항상 지켜보고 조언을 해주는 편이다. 예를 들어 나와 같은 분야인 연기를 하는 여자라면, 그녀의 연기나 연습 태도 등을 보고 조언을 해준다. 만약 여자친구가 나태해져 연습을 소홀히 한다면 거침없이 지적하기도 한다. 가끔 내 진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잔소리라고만 생각하거나 나의 직설적인 말에 상처를 받을 때면 여자친구가 자신의 일을 함에 있어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그렇다면 여자친구의 이성문제나, 사생활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성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믿고 만난다. 서로에게는 당연히 과거가 있다. 또한 일 적으로, 혹은 정말 친한 친구로서의 이성도 있을 것이다. 이를 의심하고 엉뚱한 상상을 하기 시작하면 불신만 커지게 되고 결국 좋은 결과를 맺지 못한다.

믿음이 큰 만큼, 상처가 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여자친구를 전적으로 믿다가, 어느 순간 그 믿음이 깨지게 되면 가차없이 돌아서는 편이다. 그리고 그만큼 상대방도 나를 믿어주길 바란다. 간혹 상대방의 휴대폰이나 개인 이메일 등을 확인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절대 못 만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이성에게 어필하는 나만의 매력이 있다면?

‘척’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 있는 척, 아는 척 등.. 자신을 숨기고 남들에게 거짓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여성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부족한 부분까지도 다 보여주고 싶다. 사람들이 나에게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어설픈 면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러한 모습들도 여자친구에게 숨기지 않고 다 드러낸다. 그래야 시간이 지속 될수록 더 깊은 만남을 가질 수 있다.

솔직함이 매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예전에 부유한 집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란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함께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당시 나는 금전적으로 넉넉하지 않아서 좋은 호텔을 잡을 여유가 없었다. 솔직하게 그녀에게 이야기하고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민박에서 2주간 지냈다. 편하지도 않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지 못했지만 여자친구는 웃으며 다 이해해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거짓된 포장으로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다.

여자친구에게 낭만적인 남자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나?

이벤트에는 약하다. 하지만 보고 싶을 때 무조건 찾아 간다. 집에서 전화 통화하다가도, 혼자 있다가 문득 생각 날 때에도. 혹은 여자친구가 나를 보고 싶다고 하면 바로 달려가는 편이다.

몇 년 전 뮤지컬<그리스>를 할 때, 본의 아니게 여자친구를 오랫동안 밖에서 기다리게 한 적이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영화<기다리다 미쳐>의 류승진 감독님과의 미팅이 갑자기 잡히게 되었는데, 한 시간정도면 끝날 줄 알았던 미팅이 두 시간이 지나도록 지속 되는 것이다. 여자 친구는 기다리다가 화가 난 나머지 차를 타고 가버렸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감독님께 ‘그럼, 더 디테일한 내용은 다음에 이야기 하시죠.’ 하고 나와 버렸다. 그 길로 바로 택시를 잡아 타 여자친구를 뒤 쫓아가 사과하고 다시 여자친구의 차에 올라 탔던 기억이 있다.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있나?

빨리 하고 싶다. 10년 동안 혼자 살다 보니 이제는 가정을 꾸려 안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를 빨리 낳고 싶다. 어렸을 때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매우 젊으신 분이었는데 아버지와 함께 축구를 하러 다니는 그 친구를 볼 때마다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 나도 아이와 함께 운동도 하고, 많은 일들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언제쯤으로 하고 싶나?

일단 내가 직업적으로 안정 된 후. 아마 1-2년 정도 후가 아닐까. 좋은 여자다 싶으면 오랜 연애 기간 없이도 결혼하고 싶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특히 외국에서는 결혼 전에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혼전동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결혼은 그야말로 현실이다. 무작정 결혼하기 보다는 미리 살아보고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 후에 이혼은 절대 안 된다. 이혼은 자식들에게 너무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가족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자로서 나의 꿈과 명예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면 그 때부터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요즘에는 이혼하는 부부가 정말 많은 것 같은데 정말 안타깝다. 거대한 꿈 같은 결혼생활을 바라는 것이 아닌, 우리 부모님처럼 별 탈 없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내 바램이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30년 가까이 각자 살아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함께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테고, 결혼 전의 열정적인 사랑 또한 시간이 지나다 보면 식을 수도 있을 텐데.

처음 만나서 서로 이끌렸던 순간, 함께 사랑하며 행복해했던 시간들을 간직하려고 노력한다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물론 살다 보면 여러 고비가 있을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견뎌낸다면 결국 ‘아, 역시 이 사람이 나의 인연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어찌 보면 슬픈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현실과 타협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결혼은 현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만약 내가 미래에 이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면 아예 결혼을 안하고 살겠다. 그냥 사랑하는 여자와 둘이 함께 힘든 일 없이, 서로 아픔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선택하겠다. 각자 좋아하는 일 열심히 하고, 시간 내서 함께 여행 다니고.. 그것도 좋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은 꼭 질 것이다.

결혼 후에 아이가 태어나고도 아내가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면?

적극 찬성이다. 자신의 꿈을 갖고 자신이 하는 일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여자가 좋다. 가족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려고 한다면 무조건 반대할 것이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한 쪽을 버리지 않고도 잘 해 나갈 수 있는 지혜로운 여자를 만나고 싶다. 물론 나도 함께 노력할 것이고.

결혼하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

우선 올해에는 서핑을 꼭 배울 것이다. 그 동안 항상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시간이 없거나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미뤄왔다. 올해에는 구체적인 일정을 정확하게 잡아놓고 한달 정도 서핑을 배우러 갈 것이다. 여행도 많이 하고 싶다. 휴양을 위한 여행이 아닌, 힘들고 고생을 하게 되더라도 새로운 곳으로,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앞으로 배우 김산호의 삶은 어떤 방향을 향해 달려 갈까?

그 동안 남의 눈치를 보거나 용기가 없어서 포기한 것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거침없이 도전 할 것이다. 운동이나 여행도 많이 할 것이고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손잡고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하고..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좋은 작품이고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단역이라도 참여할 것이다. 체면을 차리거나 머리를 쓰는 일 없이, 솔직한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정말 나의 ‘반쪽’이 있다고 믿는가?

분명히 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다릴 것이다. 행여 외롭다고, 혹은 그냥 가볍게 쉬운 만남을 한다면 나중에 진짜 나의 반쪽이 나타나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주위 사람들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다른 조건들에 대해 생각하고, 따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정말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불타는 사랑을 하고 싶다. 정말 나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참고 기다린다면 영화<노트북>속의 사랑을 나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Photograghy 정재항 / Editor 임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