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lebus.com

선선한 바람이 제법 불어 상쾌한 향기마저 공기로 전달해주는 오후, 이승진웨딩을 찾았다. 우리나라,

아니 동양 최초로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2011(Barcelona Bridal Week)에 참여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이승진. 올해로 19년 째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첫인상은 과연

어떨까. 각종 매체에서 보였던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에 생기가 살아있는 눈빛과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신비스러움이 감도는 디자이너일까? 하루 24시간이 너무 부족해 일 분 일 초가 아깝다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인터뷰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그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어디선가 속사포 같은 

그녀의 목소리만 들려왔는데, 알고 봤더니 어김없이 회의 중이란다.

그녀가 참가한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의 영상을 보며 숍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차에 말끔하고

차분한 모습의 이승진 디자이너가 나타났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총기 어린 눈길로

‘사진 촬영은 어떻게 할까요?’‘촬영한 후에 인터뷰를 하는 게 낫겠죠?’‘촬영 소품으로 브라이덜 위크

팜플릿은 어떨까요?’등 인터뷰를 달인처럼 능숙한 인터뷰이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그녀의 빠른 말투처럼 빠른 진행으로 사진촬영을 가볍게 마치고 드디어 그녀와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와 이제 막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는 시점이다.

삶은 도전의 반복이다
올해로 21주년을 맞이하는 웨딩 컬렉션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 2011에 2년 연속 참가한 이승진

스포사. 그녀는 지난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브라이덜 위크에서‘삶은 환희와 기쁨’이라는 뜻을 내포한

‘It’s Beautiful’을 컨셉트로 아름답고 창의적인 웨딩드레스 30여 벌을 소개했다. 크리스털의 아름답고

독특한 비즈와 나비와 플라워 모티프를 응용한 디자인을 선보여 감성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신부의 취향과 특성을 고려해서 그 날 그 신부가 돋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게 바로 웨딩

드레스가 생긴 이유이자 의미죠. 신부의 드레스가 빛나는 게 아니라 신부 자체가 빛을 발해야 하는

거죠.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니까요.”
어찌 보면 간단한 진리. 결혼식에 신부가 가장 빛나야 한다는 것. 사실, 신부자체가 예뻐 보이고 신부만

보이는 결혼식보다는 어떤 드레스를 입었느냐 결혼식장의 분위기는 어땠느냐 등 주변의 요소가 더

돋보이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승진 디자이너는 신부 자체의 미학을 살려줘야 한다는

게 기본이란다. 아무리 화려한 고가의 드레스를 입었을지라도 신부와 어울리지 않고 신부가 빛이 나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는 얘기.

아름답지만 절제미가 있는 드레스, 그게 가장 최선의 드레스라고. “옷을 잘 못 입는 사람은 옷을 보게

하고, 옷을 잘 입는 사람은 사람을 보게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드레스와 신부도 마찬가지죠.

드레스가 신부에게 꼭 맞는 것은 그 신부를 돋보이게 하지만, 그렇지 않고 비싸기만 한 드레스는
신부보다 드레스만 보이게 할 뿐이에요. 인생에 단 한 번 있는 날, 신부는 최고여야 합니다.”

그녀는 연신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으면서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말투가 변하지 않아 꽤 인상적이다.

이런 확고한 의지가 강한 여성이기에 그녀가 만든 웨딩드레스는 ‘모든 신부들이 입고 싶어한다’는

항간의 얘기들이 결코 뜬소문이 아님을 입증한다. 이번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에 배우 김사랑을

모델로 기용, 여신 같은 모습으로 전 세계 웨딩업계 바이어들과 디자이너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는 일반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고 세계의 프레스와 바이어들에게만 공개

되는 컬렉션으로, 이런 캣워크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만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이다.

2010년에는 이미 세계 유명 웨딩 매거진인 <화이트 스포사> <북모다> <노비아스> <갭스포사> 등의

표지와 메인에 소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그녀가 참가한 브라이덜 위크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지도가 현저히 낮아 그 중요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일반인은 커녕 웨딩업계 종사자

들도 브라이덜 위크를 실제로 참관한 사람이 드물다는 것. 이승진 디자이너도 혼자서 브라이덜 위크의

문을 두드리고 마침내 그 높은 세계의 벽을 허물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단다.

힘들기도 했지만 힘든만큼 노력을 더해 쉴 새 없이 세계의 문을 두드렸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는 문구가 그녀에겐 통했는지 이젠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에 두 번이나 참여한 디자이너로

우뚝 선 것이다. 이렇게 해외 브라이덜 쇼에 전념을 다하면 국내 시장에는 소홀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No’라는 의사 표시를 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승진 웨딩은 이미 6~7년 전부터 지방의 웨딩 업계에서 프랜차이즈 체인점에 대한

문의가 쇄도해, 부산을 필두로 광주, 대전에 이승진 웨딩을 이미 오픈한 상태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시작해 19년을 한 길만 보고 달려온 이승진. 아직도 팔팔하고 생기 넘치는 20대 같은 외모와 말투,

그리고 에너제틱한 태도들. 그녀의 이런 역동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자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란다.

지난 7월 1일에는 63시티에서 주최하는 웨딩페어에 초청되어 또 한 차례의 주목을 받았다.

63시티에서 열린 이승진 웨딩 쇼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각각 이승진 웨딩과 이승진

스포사로 나뉘어 소개됐다. 이승진디자이너의 웨딩 브랜드는 이승진 웨딩, 이승진 스포사, 조이엘리 등

세 개의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그중 미니멀한 감성을 강조한 이승진 웨딩과 오뜨꾸뛰르 웨딩드레스

라인인 이승진 스포사의 F/W 라인을 선보인 것이다.

한편 2부에서는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에서 극찬을 받았던 이승진 스포사의 2011년 컬렉션 라인

까지 함께 선보여 수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끊임없이 영감을 받는 디자이너
“어렸을 시절에는 어떤 영화를 보거나 문화적인 체험을 하면 영감을 얻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해냈죠.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그런 게 없어지더라고요. 매순간이 영감을 받는 시간이고 어떤 장소건 아이디어

가 떠오르는 곳이 된 거죠. 미팅하러 온 고객이 하고 온 주얼리를 보고도 영감을 얻고 길거리에 굴러

다니는 돌을 보면서도 아이디어가 생각나기도 해요. 눈 뜨고 하루 일과가 시작되면서 잠잘 때까지 자연

스레‘영감’이 샘솟는다고 할까요? 전 그래서 살아있는 이 모든 순간과 환경과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소중해요. 그들과 나눈 말, 즐겁게 웃었던 기억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어떤 보이지 않는 미래까지

제겐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있거든요.”

‘이승진 웨딩’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한 첫 걸음으로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 2년 연속 참가는

바람직한 오프닝이다. 욕심 많고, 까다롭고 창의적인 브랜드로 브라이덜 위크 셀러브리티들의 마음에

각인됐다면 앞으로 남은 과제는 독특하고 범접할 수 없는 브랜드로서 키우는 것.  창조력과 순간 포착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듣는 그녀는 기자가 보기에도 어느 한 순간도 놓치지 않을 것 같은 집념이

보인다. 너무나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있어 주변인들도 항상 웃게 만들고 파워풀하게

만드는 이승진 디자이너.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오는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으며 떠나가려는 기회마저

손에 쥘 것 같은 강한 의지가 있는 그녀. 짧지 않은 경력의 소유자인 그녀가 앞으로 보여줄 웨딩드레스

의 색채는 어떤 것인지, 또 어떤 도전을 이뤄낼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시간만 있으면 노천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얘기하고 싶다는 발랄한 여인. 이승진 웨딩의 미래는 언제나 매력적인 핫 핑크 컬러일

것 같다.

웨딩매거진 'BLANC' Photographer_김용민 Editor_권희란

www.cleb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