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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놈놈놈' 사랑이 뭔가요...?


 

 '사랑했던 놈, 사랑하는 놈, 상관없는 놈'이 만들어낸 세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민지라는 가상의 인물을 둘러싼 세 남자의 사랑싸움은 연극이 끝날때까지 그칠줄 모른다. 성격, 외모, 직업 모든게 다르듯이 사랑에 대한 생각도 제각기다. 이건 된다, 저건 안 된다, 이건 되는데 저건 왜 안되냐 등등 답이 없는 사랑에 대한 주장을 세남자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토로한다.

공간이 한 군데로 한정되어서일까, 아니면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서일까, 연극무대의 배경이나 줄거리의 뒷 배경은 굉장히 심심하게 흘러간다. 임팩트가 없고 자극도 없고 게다가 빵빵 터지는 대사도 없는 연극 '놈놈놈'이 보여주려는 건 도데체 뭘까. 시간이 지나도 이름만 100만 번 넘게 거론될 뿐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민지의 존재. 민지가 누군지 답답해 미치겠을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고, 남자들의 싸움만 점차 거세져 갔다. 여러가지 예와 비유를 총동원해 사랑에 대한 관념을 서로 설득시키려고 하는 세 남자들의 결말은?

그런데, 그것참 이상하다. 이 연극? 아까 말했듯이 임팩트도 없고 자극도 없는데 묘하게 빨려들어가는 맛이 있다. 처음에는 지루한 듯 했지만 나도 모르게 턱을 무대쪽으로 쭉 빼들고 목이 빠져라 집중하고 있었다.

사랑을 경험해 본 자는 Like와 Love의 차이를 단번에 인지한다. 바람이 코끝만 간지럽혀도 히죽히죽 웃게 되고 그냥 나부끼는 모든 것이 좋은 사랑의 감정. 연인이 무슨 잘못을 하든 모두 덮어주고 이해하겠다며 걱정말라고 다독여주는 것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Love는 인간이 생산할 수 있는 감정의 최강자이다.

이런 Love에 대해 충분히 느꼈고,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연극을 보니 자꾸만 다시 생각하게 됐다. 세 남자가 말하는 사랑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어떻게 다른가, 그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며 살았는지, 앞으로 사랑에 대해 어떻게 정론지어야 하는지 등등 수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제까지 연극은 그냥 재미있고 왁자지껄 웃을 수 있으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놈놈놈'을 통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하나의 주제로 풀어간 연극을 통해서 내 기존의 생각에 뉴 띵크를 더하고 다듬을 수도 있구나.

Last=여러분은 세인트세바스찬이 되지 마세요.

사진출처: '놈놈놈' 포스터 일부

극단: 딴따라

(클레버스 기자단)=강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