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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를 만나다.

- 영화 '혜화,동'

(클레버스)이한나 기자 = 우리는 먼저 5년 후의 ‘혜화’를 만난다. 영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상처와 아픔들을 담고 있는 그녀는 동물병원 애견미용사다. 맑은 웃음을 짓는 그녀에게는 통보 없는 이별의 슬픔과 딸을 잃은 고통이 현존한다. 갈 곳 없는 개를 보살피고 엄마 없이 자라는 병원장 아들을 스스럼 없이 보살피는 그녀의 행동은 모두 그녀의 과거와 맞물려 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세상은 비교적 차갑고 건조하다. 개들은 버려지고 거리는 공허하며 집은 철거되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쌓여진 그녀의 시간은 상처들로 가득했고, 누구에게 한번도 털어놓지 않은 과거는 5년 전과 현재를 오가며 시간적 차이를 두고 펼쳐진다.

한 여인을 중심으로 드러나는 여러 감정들은 처음엔 다소 생소하고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엔 그들 모두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감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섬세한 감정을 담기 위해 많이 쓰인 클로즈업 샷은 우리에게 그러한 고백을 요구하기도 한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여주인공과 함께 등장하는 ‘한수’역시 우리 곁에 그리고 우리 안에 존재하는 유약함을 대변한다. 세상과 사랑하는 여인을 등지고 도망친 그는 결국 거짓말이라는 칼날로 다시 한번 ‘혜화’에게 상처를 준다. 하지만 누구보다 ‘한수’를 이해하는‘혜화’는 더 이상 과거를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에게 다가가는 선택을 보여준다.

영화 '혜화,동'은 다양한 감정과 삶을 읽을 수 있는 영화이다. 여성이라는 하나의 입장이 아닌 사람의 마음에 대해 공감하고자 한다면, 또한 따뜻한 위로를 받고자 한다면 올 겨울 ‘혜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