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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거펠트의 새로운 모습 조명
Work in Progress

은발의 꽁지머리, 블랙 선글라스와 수트. 당신의 머리에 스치는 그 사람, 바로 칼 라거펠트다. 28년 샤넬의 수장, 50여 년간 펜디 수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세계 패션계의 살아있는 신화 칼 라거펠트. 평생을 패션과 동거동락 해온 그의 라이프를 사진으로 엿본다. Cooperation 대림미술관(02-720-0667) Editor 김류화

1983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28년동안 샤넬을 이끌어온 패션계의 거장 칼 라거펠트. 그의 뮤즈가 담긴 사진전이 10월 13일부터 내년 3월 18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세계 패션계의 최정상 디자이너가 한국에서 갖는 첫 번째 사진전인 것이다. 칼 라거펠트는 1938년 독일에서 태어나 올해 74세가 된 노장이지만 여전히 시대를 앞서 가는 감성으로 패션의 첨단을 선도하는 자타공인‘패션계의 살아있는 신화’이다. 16세 때 국제 의류디자인대회에서 여성 코트부분 1위 수상을 시작으로, 다음해에 학교를 그만두고 피에르 발망(Pierre Balmain)의 보조 디자이너로 그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다. 1964년부터 본격적으로 끌로에(Chloe), 발렌타인(Valentine), 에이치&엠(H&M) 등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약하며 그의 명성을 알리고, 그 후 마침내 1998년 라거펠트 갤러리를 설립.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칼 라거펠트를 론칭한다. 그는 현재 브랜드 샤넬(Chanel), 펜디(Fendi)의 수석 디자이너로도 활동 중이다. 펜디의 수석 디자이너로 50여 년간, 또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로 30년 가까이 활동해 온 칼 라거펠트는 전문 사진가로서의 명성 또한 대단하다. 샤넬 컬렉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카메라를 집어든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기 시작해, 1993년 Lucky Strike Design Award를 비롯한 다수의 사진상을 수상하며, 현재까지 패션은 물론 인물, 누드, 정물, 풍경, 건축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스타일이 전혀 다른 사진들을 선보이고 있다.그는 종종‘패션은 변화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그의 사진도 늘 변화하고 진화한다. 이번 사진전의 제목‘진행중인 미완성 작품(Work in Progress)’은 사진작업에 임하는 라거펠트의 정신을 반영하며, 다양한 창작활동에 참여하여 출판인이자 사진가 그리고 단편 영화 제작자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라거펠트를 조명하고, 이러한 활동들이 그의 작품에 어떠한 영감을 주고 있는지 함께 느껴볼 수 있다. 그 동안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사진가’로서 칼 라거펠트의 작품들을 폭넓게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최초로 공개되는 샤넬과 펜디의 2011년 F/W 컬렉션 사진을 포함, 최신 패션사진과 라거펠트의 뮤즈로 주목받았던 모델들의 인물사진, 아울러 다양한 장르의 예술사진과 실험적인 단편 영화들을 한 자리에서만나볼 수 있다.

그가 패션과 함께 해온 세월만큼이나 촬영하고 인화한 사진의 양도 방대하다. 수년간 제작해온 400여 점의 사진작품은 아날로그 카메라부터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까지 섭렵하여 소소한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독특한 소재들을 흑백사진, 폴라로이드, 스크린 프린트 등 다양한 인화방식을 통해 실험, 제작해 더욱 특별하다. 현재 패션과 디자인으로 영역을 확대한 대림미술관 전시장 1층에서는 라거펠트가 디자인 수장으로 있는 샤넬의 최신 컬렉션 사진을 전시하고, 이 사진에 사용되었던 아날로그 즉석 사진기계를 전시장에 비치하여 관객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관객 스스로 라거펠트가 되어 촬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 요소도 눈길을 끈다. 2층에는 전시소개와 함께 올해 촬영된 최신 패션 사진을 비롯한 유명 모델들의 포트레이트 등 다양한 패션관련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라거펠트 인터뷰 영상과 자세한 약력을 소개하는 자리를 통해 라거펠트에 대해 자세히 알 수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3층의 전시장에는 그가 지금까지 제작해온 다양한 장르의 예술사진이 소개된다. 여러 가지 기법을 사용하여 제작된 사진 및 사진매체 자체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의 흔적을 담은 사진 작업들을 통해 사진에 대한 그의 열정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출판인으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책에 대한 애착이 강한 작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라거펠트의 서재 섹션도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 4층의 전시장에는 라거펠트가 직접 제작한 단편영화를 오전 10시, 오후 2시 하루 두 번 상영한다. ‘Work in Progress’는“모든 작업은 진행형이며 발전해야 한다”는 라거펠트의 작업 모토를 반영하여 결정되었다. 이런 변신과 도전정신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패션계에서 70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라거펠트를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 머물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성공한 사진가들은 누구나 새로운 것을 찾고 자신이 발견한 특별한 피사체를 남김없이 담으려는 욕망으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그 욕망과 실행력에서 칼 라거펠트를 넘어서는 작가는 많지않다. 그만큼 그는 상업성과 실험성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진을 보여준다.

이번‘Work in Preogress’전시는 라거펠트와 샤넬의 사진 및 다양한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한 출판인이자 전시 기획자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dl)과 샤넬의 아트 디렉터 에릭 프룬더(Eric Pfrunder), 그리고 파리 유럽사진의 집(Maison Europeenne de la Photographie/ Ville de Paris)의 협업으로 기획되었다. 이 전시는 파리 유럽사진의 집과 이탈리아 로마 국제 문화센터(Chiostro del Bramante)를 거쳐 국내에서는 대림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이며, 이후 영국 런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의 기획을 맡은 대림미술관 권정민 큐레이터는“칼 라거펠트는 명실공히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인 동시에 사진, 출판 등 다양한 창작 분야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왕성하게 활동 중인 멀티 크리에이터”라고 설명하며,“ 이번‘Work in Progress’전시를 통해 관객들은 그 동안 막연히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라거펠트의 다양하고 진지한 예술세계를 함께 느껴봄으로써 시간이 지나도 식지 않는 거장의 열정과 그가 창조하는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칼 라거펠트는 돔 페리뇽(Dom Perinon)의 광고촬영, 단편영화 제작, DJ, 코카콜라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한편, 샤넬의 광고캠페인, 홍보영상 및 각종 인쇄물 디자인에도 참여하여 브랜드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총체적 아트 디렉터로서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대적인 감각의 지적인 섹슈얼을 추구하는 칼 라거펠트. 여전한 패션 디자이너로써의 삶과 함께 그의 다양한 군림의 세계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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