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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사연을 안고 산다. 그 사연은 군대를 탈영할 만큼의 짙은 짝사랑일 수도, 병균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딸을 하늘에 보낼 수 없다는 아빠의 이야기, 죽은 아빠의 빈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새 아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이의 사연은 세상에 밝혀질까 전전긍긍하며 평생 지켜야 하는 가슴 속 응어리일 지도 모른다.

-사연을 노래하다-

 과거 잘 나가던 걸그룹 퍼플의 리더인 신진아(이민정)가 DJ를 맡아 진행하는 ‘원더풀 라디오’는 새코너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사연 신청자가 라디오에 출연해 직접 이야기를 소개하고 사연 속 주인공에게 진심을 담아 노래를 들려주는 코너이다.

사연 신청자들은 쉽게 말하지 못 했던 이야기에 용기를 부여해 목소리를 낸다. 목소리는 세상에 울려 퍼져 사랑을 쟁취시키고, 후원 모금을 일으키기도 하며 가족의 행복도 열어준다.

 항상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었던 DJ 신진아 역시 라디오를 통해 그동안 담아왔던 자신의 가슴 속 사연을 노래한다.

그녀는 과거 퍼플 시절 때 콘서트장에서 돌연 그룹 해체를 선언한 뒤 몇 개 안 되는 스케쥴로 생계를 근근히 이어오며 컴백만을 손꼽던 와중에, 모 기획사 대표의 계략으로 자신이 작곡했던 ‘You're my angel'의 표절 시비를 받아 라디오 DJ 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

표절 시비에 대한 루머가 퍼진 후, 과거 사건까지 또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힘들게 버티다가 그녀는 잡초같은 근성과 악착같은 성격으로 자신이 진행했던 라디오 공개방송을 통해 가수로서 재기한다.

그녀가 부른 ‘Again'의 가삿말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가슴에 고인 눈물과 거짓말... 당치않은 그 미련들... 이제는 부를게 내 노래... 내가 바라는 날 위해... ... .’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던 그간의 사연들을 대변해준다.

 ‘말’은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는 역할을 하지만 사람들은 가끔씩 그 기능을 스스로 상실시켜 버린다. 목소리는 나오지만 ‘말’은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노래’를 찾는다. 굳이 직선적인 표현을 쓰지 않아도 8마디 안에 드는 노랫말들은 충분히 나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생각을 전달시켜 주기 때문이다.

영화 ‘원더풀 라디오’는 책장 한 켠에 내몰아두었던 음악앨범에 사람의 손길이 다시금 닿게 했다. 못다한 이야기가 있고,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을뿐더러,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라디오 사연의 주인공들이 오늘 하루 ‘말’ 대신 ‘노래’를 택했으니.

 그러나, 만약 ‘원더풀 라디오’가 기존의 영화(최고의 사랑, 과속 스캔들)에서 소스를 조금씩 가져온 느낌이 들지 않게 했으면 더 신선했을텐데, ‘가문의 영광’과 비슷한 방식의 깨알 웃음을 선사하는 연출을 하지 않았다면 더 새롭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포스터, 사진출처=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