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lebus.com

조회 : 2,217

이메일    인쇄   

[리뷰] 10cm가 준 감동,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나도 아리에티 머리집게 갖고 싶어!”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를 보고나오며 한 여성 관객이 했던 말이다. 피식 웃음이 났다. 유치해서냐고? 아니다. 영화를 보며 나도 같은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얘기에 공감 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아리에티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그나저나 아리에티 머리집게 어디서 파나요?)
 
아리에티는 키가 불과 10cm에 불과한 소인으로, 부모와 함께 인간의 집 마루바닥에 숨어살며 인간의 휴지며 각설탕을 빌려 쓰며 사는 소녀다. 각설탕을 빌려오는 집안 대행사가 있는 날이면, 아리에티는 ‘초소형 빨래집게’로 머리를 질끈 묶고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 마냥 눈을 반짝인다. 10cm의 이 자그마한 소인이 인간의 부엌으로 가는 길은 또 왜 그리 험난한지 관객들은 편안한 영화관 의자에 앉고서도 좀처럼 등받이에 등을 기대지 못하고 그녀의 움직임을 쫓고 만다. 하나, 둘, 셋. 벽에 박힌 녹슨 못을 징검다리 삼아 인간의 부엌으로 성큼성큼 다가간다. 저 밑바닥에선 빨간 눈을 번쩍이는 사자만한 쥐들은 어슬렁거린다.
 

 
이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기획과 각본을 맡고,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14년간 애니메이터로 활동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그간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해 온 작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의 애니메이션으로 캐릭터가 주는 명랑함과 음악이 주는 감동, 더불어 휴머니티를 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엔 초소형 캐릭터를 등장시켜 아기자기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여심을 붙든다.
 
<안네의 일기>의 안네처럼 아리에티도 쥐죽은 듯 숨어 살아야만 하는걸까. 두 여인의 운명은 어쩐지 닮아 보인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리에티는 우연찮게 그 집에 요양온 소년과 마주치게 되고, 인간과 처음으로 우정을 쌓는다. 소년은 요 전 날, 아리네티가 떨어뜨리고 간 각설탕과 쪽지 하나를 내밀며 먼저 친구가 되자고 한다. 그녀에게 쓴 쪽지에는 “잃어버린 물건”이라고 적어놓고.
 
이렇게 착한 소년의 마음에 관객은 감동받지 않을 수가 없다. 말이 좋아서 “빌린 각설탕”이지, 객관적으로, 혹은 어른의 시각으로는 “훔친 각설탕”인데 말이다. 소년은 그래도 그 각설탕이 소녀의 것이라 한다. 이 부분에서 어김없이 지브리표 애니메이션의 청정함이 흐르고, 이런 클리셰가 반복되도 소재의 신선함 때문인지 감동이란 것이 오고만다. 나중에 다시 보니 영화의 영어제목도 [Borrower]다. 오.마이.갓!
 

 
대수술을 앞두고 있는 소년과 하루살이같이 작은 존재지만 활발하고 씩씩한 아리에티. 두 캐릭터가 빚어내는 화음은 참 예뻐서, 영화 곳곳에 소년의 지루한 대사가 계속 흘러도 꽤 참을만하다. 아리에티를 보고 누가 감히 그녀에게 돌을 던질까 싶지만, 영화 속에는 꼭 돌을 던져야만 하는 캐릭터가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가정부 아주머니는 어울리지 않게 악역을 담당한다. 이런 억지가 가져오는 불편함은 지브리 스튜디오 스탭들도 영화를 제작하며 체감할 수 있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아쉽다.
 
10대 소녀들이나 혹은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남성들’(!)도 이 영화를 좋아할 것이란 느낌이 든다. 엄청난 긴장감을 주는 각설탕 빌리기 미션에서 근엄한 아리에티 아빠가 딱 하나의 각설탕만 취하는 장면, 인간의 부엌에서 주은 침핀을 옷에 찔러넣어 칼로 사용하고, 양면테이프를 발에 붙여 인간의 탁자로 오르는 설정 등은 정말 미니어쳐 세계의 단면을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다.
 
이 리뷰가 약간의 스포일러 역할을 할런지 모르지만, 영화를 직접 보면 더 가져갈 것이 많으므로 미안해하진 않겠다. 소인의 입장에서의 시계 초침의 사운드를 무시무시하게 표현한 것이나 인간에 작은 터치에 의해 소인의 집이 흔들릴 때의 충격. 이는 꼭 영화관에서 직접 들어보길 권한다. 이 사운드나 이미지만으로 참 커다란 내가 민망하고 부끄러워지나니.
 
영화를 보고난 직후에 든 기분을 말하자면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서 포크로 배 한 조각 집어먹은 느낌"이랄까. 3D 영화의 홍수가 밀려들기 시작한 요즘, 이런 2D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진 영화도 장수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10cm의 작은 소녀가 영화 <인셉션>이나 <아바타>가 주지 못한 다른 종류의 감동을 줬으니 참 감사한 일 아닌가.
 
“아리에티야. 우리집 마루 밑에 와서 살래? 모른 척 해 줄게!” 
 
 
 
< 모든 지식이 있는 곳, 클레버스! 문화 공연 영화 보도자료 수신 huhja@clebus.com >   
 

태그    아리에티, 마루밑아리에티,미야자키하야오,지브라

  목록

수정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