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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언 HD 4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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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4월 28일은 우리나라에 레이디언 HD 4770 이라는 새로운 그래픽카드가 첫 선을 보인 날입니다. 이 그래픽카드가 제대로 선을 보이기 전부터 외국에서 샘플 그래픽카드 형태로서 그 성능이나 기본 제원에 대해서는 소개가 이뤄져 왔습니다만, 아무래도 쉽고 간단하게 정리된 내용이 드물어 지금 그래픽카드를 사려고 하는 고객님께서 이 그래픽카드의 실제 모습을 알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클럽은 레이디언 HD 4770 및 중급/준 고급 게임용 그래픽카드에 관심이 많은 고객님을 위하여 레이디언 HD 4770의 기본적인 특징과 제원, 그리고 이 그래픽의 위치 대해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 중급/준 고급 그래픽카드, 결국은 가격 대비 성능 싸움?!


    레이디언 HD 3850은 이전 세대 최고급 그래픽카드를 값싸게 만들어 인기를 끌었습니다.

    레이디언 HD 4850과 4870 그래픽카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래픽카드 시장은 사실상 엔비디아의 무한 질주에 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레이디언 X 시리즈와 HD 2000 시리즈의 실패로서 위기에 몰린 ATI는 AMD와 합병을 거치며 체계를 정비해, 레이디언 HD 2000 시리즈를 저렴하게 만든 3000 시리즈를 내놓으며 반격의 토대는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레이디언 HD 3850이나 3870같은 그래픽카드조차 준 고급형 또는 중급형에서만 인기가 높았을 뿐 고급형 그래픽카드로서는 뭔가 부족했던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그와 달리 AMD의 이름을 걸고 제대로 만든 레이디언 HD 4800 시리즈 는 엔비디아가 고급형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위기를 느끼게 할 정도의 놀라운 효과를 냈습니다. 레이디언 HD 3800 시리즈보다 3D 처리 능력이 조금만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2.5배 수준의 연산 능력을 갖춘 레이디언 HD 4850과 4870은 당시 경쟁자가 없다는 이유로서 비싼 값에 팔리던 지포스 8800GT와 9800GTX의 엉덩이를 걷어 차고 순식간에 고급형 그래픽카드의 태풍으로서 자리잡았습니다. 지포스 9800GTX와 같은 수준의 성능에 5만원 넘게 싼 그래픽카드를 선택하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엔비디아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지포스 9800GT와 9800GTX+를 내놓았지만 9800GT는 결국 지포스 8800GT의 이름만 바꾼 것에 불과했으며, 지포스 9800GTX+는 레이디언 HD 4850을 조금 앞서는 성능을 보여 주었지만 가격 문제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습니다.

    준 고급형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레이디언 HD 4850은 말 그대로 혁명을 불러 일으켰으며 , 2008년 하반기와 2009년 초 내내 소비자들을 괴롭힌 롤러코스터 환율 속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레이디언 HD 4670은 레이디언 HD 3850의 성능을 그대로
    중급형으로서 끌어내리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중급형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AMD는 그야말로 쓴 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2008년 가을의 입구에 들어서야 모습을 드러낸 AMD의 중급 모델, 레이디언 HD 4670 은 그 전에 이미 중급형 그래픽카드 시장의 세대교체를 가져온 엔비디아 지포스 9600GT에 비해 초라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지포스 9600GT에 비해 값은 조금 더 저렴했지만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레이디언 HD 4670은 레이디언 HD 4850이 불러온 태풍을 중급형/보급형 그래픽카드로 이끄는 데 실패했습니다.

    레이디언 HD 4670의 제원을 잠시 살펴보면 그래픽 프로세서의 제원에 비해 메모리 성능이 빈약 함을 알 수 있습니다. 256비트 GDDR3 메모리를 쓰는 지포스 9600GT에 비해 128비트 GDDR3 또는 GDDR4 메모리를 단 레이디언 HD 4670은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을 살리기에는 메모리 성능의 내조가 모자랐습니다. GDDR4 메모리를 쓴 2,200MHz급 레이디언 HD 4670조차 1,800MHz GDDR3 메모리를 쓰는 지포스 9600GT에 비해 잘 해야 55% 정도의 메모리 성능을 보여주는 데 그쳤습니다.

    AMD는 레이디언 HD 4670을 만들 때 지포스 9600GT보다 전력 소비량이 적고 값이 싼 그래픽카드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력 소비량이 많은 고 비트(다중)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줄인 것입니다. 레이디언 HD 4670과 지포스 9600GT의 트랜지스터 수는 비슷하지만 전력 소비량이 더욱 적었던 이유는 공정 기술이 한 세대 앞섰던 부분도 있으나, 메모리 컨트롤러의 전력 소비량을 줄인 것 역시 큰 몫을 차지합니다.


    전력 소비량보다는 가격 대비 성능!! 중급 그래픽카드를 찾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력 소비량보다는 성능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레이디언 HD 4670은 큰 성공을 거둘 수 없었습니다. 저렴하기는 하나 획기적이지는 못한 전력 소비량 차이와 작은 기판 크기는 중급 게임 PC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성능 차이를 극복할만한 매력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슬림 PC를 제외한 분야에서는 오히려 단종 직전의 레이디언 HD 3850이나 3870이 더욱 인기가 많았으며, 이 그래픽카드가 단종된 이후에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지포스 9600GT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레이디언 HD 4850이 보여준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 역시 시간이 지나며 그 빛이 바래면서 AMD가 다시 암흑기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게 만들었습니다. 2008년 겨울에 나온 준 고급형 그래픽카드, 레이디언 HD 4830은 레이디언 HD 4850을 바탕으로 성능의 제한을 건 모델로서, 지포스 9800GT와 맞서 싸웠습니다. 지포스 9800GT보다는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냈으며 값도 비슷했습니다만 전력 소비량이 지포스 9800GT보다 많아 예산 부담이 컸기에 이미 지포스 9800GT에 길든 소비자들의 입맛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잘 팔리던 레이디언 HD 4850마저도 엔비디아가 지포스 9800GTX+의 값을 크게 내려 오히려 싼 값에 내놓으면서 기세가 완전히 꺾이고 말았습니다.

    2008년 여름을 즐겁게 시작했지만 겨울부터 다시 추운 나날을 보낸 AMD는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3:7의 비율로서 열세인 상황을 넘어,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이고 한번 빼앗은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격과 성능에 민감한 사용자들을 잡을 수 있는 성능 좋고 값싼 제품을 내놓아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 때가 되었습니다. 지포스라는 이름에 익숙한 사람들은 확실히 값싸고 좋은 성능을 내지 않는 한 레이디언 시리즈를 스스로 고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입니다.

    ■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칩, RV740


    공정 기술까지 뒤쫓아오는 엔비디아를 뿌리칠 것, 이것이 차세대 VPU의 숙제였습니다

    레이디언 HD 4670이 시장에서 찬밥 대접을 받고, 오히려 죽었어야 할 레이디언 HD 3850이 더 인기를 끄는 상황을 지켜본 AMD는 바로 위험을 느끼고 후속 제품 개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엔비디아 역시 55nm 공정 기술을 쓴 그래픽카드(G94b, G92b)를 내놓으면서 AMD가 꾸준히 강조해온 공정 기술 차이에 따른 적은 전력 소비량과 작은 기판 크기의 우위 역시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확실한 매력을 지닌 중급 그래픽카드가 아니면 지포스 9600GT와 9800GT 형제에게 ‘관광’ 당하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분명했으니까요.


    레이디언 HD 4770, 그것은 레이디언 HD 4850 이상의 혁명을 불러올 무기입니다

    레이디언 HD 4670이 지포스 9600GT와 맞서 싸우기는 어려웠으며, 레이디언 HD 4830 역시 레이디언 HD 4850을 급조(?)해 만든 부작용으로서 지포스 9800GT에 비해 큰 전력 소비량과 기판 크기가 늘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AMD는 이 두 그래픽카드를 모두 상대하는 그래픽카드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역전 만루 홈런’을 만들어 내고자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이 코드명 ‘RV740’ 으로 불리는 레이디언 HD 4770입니다.

    레이디언 HD 4770은 그 이름만 보면 레이디언 HD 4670과 레이디언 HD 4830의 중간 수준의 모델입니다. 실제로 AMD는 레이디언 HD 4770을 4830보다는 아래 모델로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름이나 전략 차원일 뿐 실제 성능까지 4830보다 낮은 모델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역전 만루 홈런’ 을 노린 레이디언 HD 4770의 본질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레이디언 HD 4670과 비슷한 값과 전력 소비량, 그리고 레이디언 HD 4830 이상의 성능’

    쉽게 말하자면 레이디언 HD 4770 하나로 지포스 9600GT와 9800GT 모두를 상대하겠다는 것이 AMD의 생각입니다. 간단히 생각해도 무모하기 그지 없는 이런 전략을 현실로 어떻게 옮겼는지 레이디언 HD 4770의 특징을 뜯어 보겠습니다.

    ▲ 40nm 공정 기술

    지금까지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공정 기술 가운데 가장 앞선 것은 레이디언 HD 3000 시리즈를 만들 때 쓴 55nm 공정 기술입니다.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전문 기업) 업체인 TSMC가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에 맞춰 만든 이 공정 기술은 값이 비싸고 열도 많이 나는 레이디언 HD 2900 그래픽카드를 기술 변화를 거의 주지 않고도 성능도 좋고 값도 싼 레이디언 HD 3800 시리즈로 완전히 탈바꿈시켜 놓는 마법(?)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레이디언 HD 4800이나 4600 시리즈 역시 이 기술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55nm 공정 전환은 AMD보다 세 분기 늦은 2008년 여름에서야 이뤄지기 시작했으며 2009년이 되어서야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레이디언 HD 4800 시리즈의 초반 성공은 이 그래픽 프로세서의 본 모습을 출시가 이뤄지기 전까지 철저히 숨긴 AMD의 007 전술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이렇게 성능을 높이고도 전력 소비량을 심각할 정도로 높이지 않은 공정 기술의 장점이 컸습니다.

    공정 기술이 더욱 좋으면 같은 숫자의 트랜지스터를 쓰고도 다이 크기(반도체 회로 실제 크기)가 줄어들고 전력 소비량과 발열 역시 줄어듭니다. 반도체의 생산 원가를 결정하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한 장에서 더욱 많은 그래픽 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으니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며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약 그래픽카드라는 이슈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엔비디아 역시 같은 기술을 손에 넣은 이상 55nm 공정 기술은 더 이상 AMD에게 장점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레이디언 HD 4770은 여기에서 더욱 발전한 40nm 공정 기술 을 꺼내 들었습니다. 40nm 공정 기술은 노트북 PC용 최고급 그래픽 프로세서인 모바일리티 레이디언 HD 4830을 내놓을 때 처음 썼지만, 데스크탑 PC에서는 낯선 기술입니다.


    똑같은 반도체 회로를 공정 기술만 바꿔도 이렇게 크기가 달라집니다

    공정 기술이 달라지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적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올 레이디언 HD 4770의 특징은 이 공정 기술 발전이 빚어낸 것입니다. 이러한 장점은 뒤에서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공정 기술이 더욱 좋아지면 생기는 순수한 발전은 그래픽 프로세서를 만드는 값이 저렴해진다는 것 입니다. 55nm 공정 기술로 만든 그래픽 프로세서를 그대로 40nm 공정으로 바꾸면 이론적으로 그 크기가 52% 정도로서 줄어드는 점을 생각하면 한 장의 웨이퍼로서 만들 수 있는 그래픽 프로세서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레이디언 HD 4830의 트랜지스터 개수는 9억5천600만개, 레이디언 HD 4770은 이 보다 조금 더 적은 8억2천600만개입니다. 트랜지스터 개수가 더 적은 만큼 다이 크기는 더욱 줄어듭니다. 이 부분까지 계산에 넣으면 레이디언 HD 4770의 다이 크기는 레이디언 HD 4830에 비해 45.7% 수준에 불과하게 됩니다. 반도체 회로를 다시 설계하면서 트랜지스터 배치가 달라진 만큼 이 보다 다이 크기가 조금 크다고 해도 135㎟ 전후 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크기는 이 보다 조금 더 커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146㎟ 수준인 레이디언 HD 4670보다 더 다이 크기가 작을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다이 크기가 작아도 기술 개발 비용과 기판 및 부속 회로, 쿨러 등 그래픽카드의 나머지 원가 요소를 더해야 값이 나오는 만큼 레이디언 HD 4770이 레이디언 HD 4670보다 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디언 HD 4770이 ‘문제가 있는 그래픽 프로세서의 재활용’이나 ‘눈물을 머금은 출혈 제품’이 아닌 ‘순수하게 원가가 저렴한’ 그래픽카드 라는 점을 증명하는 근거는 될 수 있습니다.

    ▲ 레이디언 HD 4830급의 3D 유닛, 하지만 더 빠른 속도

    레이디언 HD 4830은 레이디언 HD 4850 및 4870과 같은 그래픽 프로세서를 씁니다. 이 가운데 일부 스트리밍 프로세서 작동에 문제가 있는 제품을 골라내거나, 정상 제품의 일부 기능을 일부러 막아 성능을 낮춘 것입니다. 그러기에 스트리밍 프로세서 개수와 코어 작동 속도의 차이를 빼면 레이디언 HD 4830은 레이디언 HD 4830의 기술을 그대로 이어 받습니다.

    레이디언 HD 4830과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성능을 목표로 만든 레이디언 HD 4830 역시 3D 처리 관련 설계는 레이디언 HD 4830과 같은 수준을 유지합니다. 640개(지포스 시리즈 기준 128개)의 스트리밍 프로세서와 16개의 렌더링 출력 유닛(ROPs), 다이렉트X 10.1과 오픈GL 3.0 규격 API 처리 능력은 레이디언 HD 4830과 완전히 같은 수준 입니다. 다만 레이디언 HD 4850의 설계를 그대로 써 회로 자체는 4850과 완전히 같던 레이디언 HD 4830과 달리 성능이 낮아진 부분만큼 회로를 줄여 반도체 수를 줄인 것이 다를 뿐입니다.

    하지만 공정 기술의 발전이라는 특혜를 얻은 레이디언 HD 4830은 속도에 제한을 둔 레이디언 HD 4830보다 훨씬 빠른 속도 를 냅니다. 575MHz가 기본인 레이디언 HD 4830과 달리 레이디언 HD 4770이 내는 750MHz의 작동 속도는 30% 정도의 순수한 연산 능력 차이를 냅니다. 이 속도는 625MHz가 기본인 레이디언 HD 4850도 뛰어 넘어 레이디언 HD 4870과 같은 수준입니다. 레이디언 HD 4770의 연산 능력은 960GFLOPS(1초에 부동 소수점 연산을 9천6백억번 하는 것) 수준으로서, 1,000GFLOPS 수준인 레이디언 HD 4850을 위협합니다. 아무리 근본이 비슷해도 빠른 것에는 장사가 없다는 것을 레이디언 HD 4770이 증명한 셈입니다.

    ▲ 128비트 GDDR5 메모리

    앞에서 레이디언 HD 4670이 지포스 9600GT와 비슷한 그래픽 프로세서 제원을 갖고 있음에도 기를 펴지 못한 이유로서 128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의 제한을 꼽았습니다.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이 좋아도 처리한 데이터를 저장해야 할 메모리의 데이터 전송 능력이 낮았기에 그래픽 프로세서가 제 효율성을 내지 못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MD는 레이디언 HD 4770에 역시 128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 구성을 집어 넣었습니다. 이미 한 번 쓴맛을 보았음에도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일까요? 여기에는 어떤 사정과 문제점에 대한 대비책이 숨어 있습니다.

    원래 128비트나 256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메모리 컨트롤러는 하나가 아닙니다. 32비트 메모리 컨트롤러를 몇 개씩 묶어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꾸미는데, 이 컨트롤러가 네 개면 128비트, 8개면 256비트가 됩니다. 하지만 메모리 컨트롤러도 회로이기에 숫자가 늘면 늘수록 다이 크기가 커지고 전력 소비량도 늘어납니다. 레이디언 HD 4670은 이 전력 소비량과 다이 크기를 걱정해 128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쓴 것이지만 메모리 성능 저하 폭을 너무나 가볍게 본 결과 시장에서 차가운 대접을 받고 말았습니다.

    128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는 RV740 그래픽 프로세서를 더욱 가볍게 만들고자 하는 AMD의 의지입니다만, 아무 생각 없이 레이디언 HD 4670과 똑 같은 메모리 구성을 하는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습니다.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줄여 약해진 메모리 성능을 채워주는 비밀 무기가 바로 GDDR5 메모리 입니다.


    보통 GDDR보다 두 배 더 빠른 GDDR5 메모리는 128비트 인터페이스를 써도
    그 속도가 256비트 GDDR3와 비슷한 수준을 보여줍니다.

    레이디언 HD 4870과 4890에 쓰인 GDDR5 메모리는 GDDR4 또는 그 이전의 그래픽 메모리와는 그 특징이 다릅니다. GDDR부터 GDDR4까지는 원래 작동 속도보다 두 배 많은 데이터를 주고 받는 듀얼 데이터 레이트 메모리입니다. 하지만 GDDR5는 정상 작동 속도보다 네 배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쿼드러플 데이터 레이트 메모리 입니다. 말 그대로 QDR급 메모리가 되는데, QDR 규격 메모리가 따로 있으며, DDR5의 기본 기술이 DDR4까지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기에 DDR의 이름을 이어 받았을 뿐입니다.

    결국 같은 속도를 낸다면 데이터 전송 능력이 두 배 좋으니 128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쓰더라도 256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에 GDDR3 메모리를 쓴 것과 같은 효과 를 내게 됩니다. 레이디언 HD 4830은 1,800MHz급 GDDR3 메모리를 쓰는데, 레이디언 HD 4770은 3,200MHz급 GDDR5를 기본으로 합니다. 256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쓰는 1,600MHz급 GDDR3 시스템과 메모리 성능은 같은 수준이 됩니다.

    GDDR5 메모리는 GDDR3/4보다는 값이 비싼 만큼 그래픽카드 값 부담을 주기는 하지만 메모리 컨트롤러를 줄여 그래픽 프로세서의 다이 크기를 줄인 것으로서 어느 정도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전력 소비량과 발열이 줄어드니 기판 설계와 주변 회로 비용이 줄어들고 마케팅 효과까지 커지는 만큼 마이너스보다 플러스 효과가 훨씬 큽니다.

    ▲ 적은 전력 소비량

    AMD가 레이디언 HD 4830에 가진 불만, 그리고 레이디언 HD 4670의 성능을 낮춰가며 얻으려 했던 것은 바로 전력 소비량입니다. 전력 소비량이 많은 그래픽카드는 발열이 많아 슬림형 또는 LP 타입 케이스에 잘 맞지 않으며, 75W가 넘는 전기를 쓰게 된다면 PCI 익스프레스 슬롯에서 주는 전기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만큼 추가 전원 케이블과 변압 회로를 달아야 하니 더욱 그래픽카드가 커지게 됩니다. 레이디언 HD 4670은 작은 PC에 꽂을 수 있도록 무리를 하면서까지 전력 소비량과 크기에 집착했지만, 크기 및 전력 소비량 문제에서 그렇게까지 큰 제한을 받지 않는 중급 이상의 게임 그래픽카드용으로는 이 제한을 조금 넘어도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픽카드에서 열 설계 전력(TDP)는 전력 소비량 그 자체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TDP는 어디까지나 쿨러 등 냉각 장치 설계를 하기 위한 발열량 자료이기에 실제 전력 소비량은 이 보다 더 높습니다. 다만 레이디언 HD 4770의 TDP가 레이디언 HD 4830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점은 눈 여겨 볼만 사실입니다.

    레이디언 HD 4770의 TDP는 80W 수준으로서 110W에 이른 레이디언 HD 4830보다 훨씬 적고 70W 정도를 잡는 레이디언 HD 4670보다 그리 많은 수준은 아닙니다. 실제 전력 소비량 실험을 해보면 레이디언 HD 4670은 전원을 켠 직후 또는 순간적인 상황에서 200W 전후의 전기를 쓰게 됩니다. 신형 지포스 9800GT가 220~240W 정도를, 레이디언 HD 4830이 230~260W 정도까지 쓰는 것을 생각하면 30~40W 정도의 전기를 덜 쓰는 셈이 됩니다. 이 정도면 지포스 9600GT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내지 않습니다.

    물론 전력 소비량이 매우 작은 것은 아닌 만큼 PCI 익스프레스 추가 전원 케이블은 꼭 달아야 작동합니다. 그렇지만 지포스 9600GT에 비해 전원공급장치 규격이 그렇게까지 크게 올라가지는 않는 만큼 전원공급장치를 고를 때 선택의 폭이 넓고 비용 부담도 줄어듭니다. ATX 2.0 이상 모델 가운데 브랜드가 검증된 450W 모델 또는 500W 모델을 고른다면 심한 오버클러킹을 하거나 장치를 한계 이상으로 달지 않는 한 출력 부족 걱정은 접어 두어도 좋습니다.

    ■ 세 개의 그래픽카드 시장을 흔드는 손, 레이디언 HD 4770

    위에서 살펴본 레이디언 HD 4770은 레이디언 HD 4670의 실패와 4830의 아쉬움과 경쟁력 약화라는 뼈아픈 경험을 딛고 중급 및 준 고급 그래픽카드 시장을 한 번에 손에 넣겠다는 야심을 AMD가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10~15만원 전후에 팔리며, 최신 게임을 기본 해상도로서 즐기기에 충분한 성능을 내는 그래픽카드를 중급형, 15~20만원 정도의 값에 한 차원 높은 해상도와 옵션을 걸 수 있도록 하는 그래픽카드를 준 고급형이라고 봅니다. 제품에 따라서 14~15만원 선에 팔리는 레이디언 HD 4770은 값을 따지면 준 고급보다는 중급형 그래픽카드에 더욱 가깝습니다. 하지만 지포스 9800GT를 넘어 레이디언 HD 4850조차 위협할 정도 의 성능은 준 고급 차원을 넘어 20만원대의 고급형 그래픽카드 수준의 성능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가격은 중급형이지만 성능은 준 고급형 차원을 넘어버린 레이디언 HD 4770을 가리켜 몇몇 사람들은 ‘지포스 시리즈를 팀킬(?)하는 그래픽카드’ 로 부르고 있습니다. 성능 면에서는 지포스 9800GT를 확실히 앞지를 수 있으니 레이디언 HD 4830을 대신하면서 지포스 9800GT와의 싸움을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은 당연한 일. 저렴한 제품은 11만원대에도 살 수 있으나 보통 13만원대 제품이 많이 팔리는 지포스 9600GT를 생각했다면 1~2만원만 더 들여도 게임 성능이 훨씬 좋아지는 만큼 중급형 그래픽카드 시장을 빼앗아 오는 역할까지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레이디언 HD 4670이 지키지 못한 중급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지포스 9600GT의 아성을 충분히 흔들고도 남는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값 부담은 지포스 9800GT보다 적어 지포스 9600GT 사용자까지 관심을 끌 수 있으면서도 성능은 레이디언 HD 4850까지 위협하는 레이디언 HD 4770. 하지만 그 존재는 단순히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에 몰린 시장 판도를 흔드는 차원을 넘어 자칫 잘못하면 레이디언 HD 4850을 비롯한 고급형 그래픽카드 시장까지 혼란의 구렁텅이에 몰아 넣을 수 있는 ‘반역의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MD가 이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시대가, 그리고 사람들이 이런 그래픽카드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온을 비롯한 온라인 게임은 지포스 9600GT 정도의 성능을 내주는 그래픽카드만 써도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GTA4, 대부2를 비롯한 최신 패키지 게임에 눈을 돌리게 되면 결코 지포스 9600GT조차 매우 만족할만한 성능을 내주지는 않게 됩니다. 점차 높아지는 사용자들의 그래픽카드에 대한 기대를 채워주려면 값은 사람들이 중급형으로서 생각하는 수준을 넘지 않으면서도 그 성능은 준 중급형 또는 그 이상 수준에 이르러야 합니다.

    AMD는 지난 여름 레이디언 HD 4850이 고급 게이머들의 눈을 크게 뜨게 만들었지만, 그 기술을 활용한 저렴한 제품을 널리 퍼트리는 데 그리 성공하지 못했기에 지난 겨울 이후 주도권을 다시 엔비디아에 내주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은 고급형 게임 그래픽카드의 몇몇 기술만 가져와 값은 적절히 싸지만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중저가형 그래픽카드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AMD 스스로 ‘중급형 그래픽카드의 성능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깨야 합니다. AMD가 레이디언 HD 4670과 4850까지 혼란의 수렁에 빠트릴 위험을 안고 있음에도 레이디언 HD 4770의 성능을 상상 이상으로 높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포스 9600GT와 동급 또는 그 보다 조금 성능이 좋은 정도의 신형 그래픽카드를 반길 정도로 지금의 게이머들의 눈높이는 낮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신 패키지 게임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고 가격 부담도 적으며 크기와 전력 소비량도 그렇게 부담이 크지 않은 그래픽카드. ‘현실을 모르고 하는 꿈 같은 소리’로서 무시해버려도 할 말이 없는 그런 그래픽카드는 이제 우리 눈 앞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래픽카드에 대한 사람들의 첫 반응은 각 그래픽카드 수입/유통사들이 내놓은 그래픽카드가 순식간에 없어서 못 살 정도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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