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lebus.com

웨딩매거진 'BALNC' 1, 2월호 화보 페이지 중

서구적인 외모와 솔직 담백한 말투, 그러나 정감 있는 눈빛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그녀, 김천혜 디자이너.

엘루어 웨딩의 대표인 그녀를 닮았는지 그녀의 드레스들도 솔직하고 세련됐으며 아름다운 인간미마저

느껴진다.

웨딩에서 도약해 새로운 브랜드를 꿈꾸는 김천혜 디자이너는 그녀 자신도 인정한 욕심쟁이다.
‘아름다운 욕심꾸러기’, 김천혜 디자이너를 만나는 시간은 다소 수다스러웠지만 행복했다.

Photographer 곽효민 Editor 권희란

엘루어 웨딩의 대표 김천혜 원장. 그녀는‘엘루어 웨딩’이라는 이름보다 그냥 엘루어로 불리고 싶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보다는 그냥‘디자이너’로 불리고 싶다. 천안에서 엘루어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이면서 그저‘디자이너’로 불리길 원한단다.

다재다능한 워커홀릭

“제가 사실 욕심이 많은 편이예요. 웨딩드레스 디자인 작업을 하다 시간이 나면 인테리어나

오페라 의상 제작에 에너지를 쏟기 일쑤예요. 아마 어릴적부터 겹겹이 쌓여왔던 오래된 습관

같은 일상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예고시절에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이화여대를 입학할 당시에는 동양화를 전공해서 서양화와 동양화 모두

를 아우르는 공부를 했다. 화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디스크에 걸릴 정도로 그림을 그렸던 그녀가 현재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된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대학 재학시절, 해마다 열리는 교내 패션쇼를 보고‘나도 잘 만들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앞에는 때마침 드레스 숍이 즐비했고 진열돼 있는 옷들을 보며‘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는 확신이 들었다.

학교를 졸업할 무렵 결심은 섰고 그녀는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물론 김 원장의 주변에서는 만류의 목소리

들이 높았다. 부모님, 교수님들 모두 쌍수 들고 반대했건만 워낙 의지가 확고한 그녀 앞에선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정열적인 에너지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의지만 넘쳤던 시절이었다.

김천혜 원장이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한 무렵은 말이다.

“행운이 따랐는지 제 주위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고 그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사업을

확장시켰어요. 그 덕분에 소심하고 조심스러웠던 성격이 화통하고 시원시원한 스타일로 바뀌면

서 사람들이 더 모여들었죠. 전정말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죠.”

이렇게 파워풀하고 거침없는 그녀가 왜 서울이 아닌 천안에서 숍을 열었을까 하는 의문은 이때쯤 자연스레

드는 질문이다. 왜 천안인가? 답변은 간단했다.

이십대 초반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남편이 되면서 그가 충청도에서 병원을 열게 되어 따라간 것. 서울보다

는 사회, 문화적으로 혜택이 적은 충청도에서 남편은 병원을 열었고 열심히 했다. 그 결과 현재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남편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내조에 열과 성을 다했어요. 하던 일도 잠시 중단하고 육아와 가정 일에 몰두

했죠. 전 그렇다고 생각해요. 부부란 건 서로 공평하게 한쪽을 위해 희생할 줄 알고 투자하고 성심성의껏

도와줘야 한다는 거죠.

결혼 초기엔 남편이 제 도움을 확실히 받을 때였고 몇 년이 지나자 이제 그녀의 활동기가 도래했다. 지금의

엘루어 웨딩은 5~6년 전 쯤 오픈했는데 빠른 시간 안에 주변의 입소문을 통해 천안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

가됐을 정도다.

오픈 당시 천안에는 토털 웨딩의 개념이 아예 없었다. 많은 천안의 신부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을 수도

없었고 선택할 수 있는 장소조차 없었다. 이왕 천안에 있을 거라면, 그래 천안의 신부들을 멋지고 아름

답게바꿔주자. 김천혜 원장의 생각은 바로 행동으로 옮겨졌고 솔직하고 가감 없는 그녀의 스타일에 신부

들은 하나 둘 수긍하고 반응하고 열광했다.

지금은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온 손님이 있을 정도란다. 천안에 있는 웨딩숍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더욱

브랜드를 알리고자 화보도 촬영하고 드레스 뿐만 아니라 일반 정장이나 남자 수트, 오페라 의상까지

영역을 넓혔다.

“우연찮게 G20 정상 회담의 축하 오페라 공연의 의상을 맡게 되면서 엘루어 드레스가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색상이 제 드레스의 포인트였는데 그동안 화려한 레이스나

겉치레만 있던 드레스와는 차별화됐던 게 선택된 이유였어요. 까다로운 이탈리아 오페라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주며 제 드레스에 매료됐다는 얘기를 듣고 미친 듯이 기뻤어요. 해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더 바빠지겠다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밀려왔죠. 아무 것도 몰랐던 오페라 의상

까지 제작하게 된 계기였어요.”

오페라 의상 외에도 인테리어에도 무한한 관심을 쏟는 김천혜 원장. 아나운서 황정민 씨의 남편은 그녀의

남편과 친구인데 정신과 의사라서 병원 인테리어를 좀 더 새롭게 하길 원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남편의

병원 인테리어를 전반적으로 담당했던 김천혜 원장의 작업 욕구를 불태우는 소식이었다.

정신과지만 우울하지 않고 편안하게, 그리고 카페에 온 듯 향긋함까지 느끼게 해주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제시했고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렇게 끝없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면서도 처음 출발지인 엘루어 웨딩의

디자인 작업에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몰두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서울에 온다는 그녀. 서울에도 스튜디오를 내고 싶은 생각에 그녀의 지인들과

만나 새롭게 작업하는 일이 있다고. 교수님과 의상과 그림이 매치된 이색적인 전시회도 계획 중이고 백,

구두 등 옷 외의 상품까지 디자인 작업을 한다. 인터뷰에 응할 때 입고 왔던 옷이며 백은 모두 ‘김천혜’

자신의 제품이라고. 웨딩드레스에, 오페라의상, 전시회 계획, 스튜디오 오픈 예정, 액세서리 디자인,

인테리어 작업 등 이런 수많은 일을 하면서 과연 그녀에게 개인적인 시간이란 게 있을까?

“대기업 총수들이 그러잖아요. 인생을 분초 단위로 산다고요. 맞는 말이예요. 저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어요. 어릴 적부터 꾸준히 미술의 전반적인 이론과

실기를 두루 섭렵하고 공부해왔던 지라 구도법이나 색감의 배치에 대한 지식이 있어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도 막 힘없이 떠오르는 편이죠. 모든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아들에게 제가

한 디자인 초안도 보여주고 작업이 끝난 인테리어 공간의 사진도 보여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해요. 열한 살이나 되어 그런지 이젠 제법 엄마의 작업에 대해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죠.

묵묵히 공부하면서 자신의 생활은 알아서 해나갈 줄 아는, 어느 새 다 큰 아들이 되어버린

거예요.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 더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제가 보여

줄 수 있는 애정의 표현이고 진심이니까요.”

엘루어 웨딩 숍을 찾은 고객들 모두 한마디로 입을 모아‘날카롭고 현명한 조언’을 해주는 원장님이 있어

좋단다. 드레스를 입히기 위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는 김천혜 원장

이 있어 엘루어 웨딩의 명성은 높아만 간다. 동양적인 선과 서구의 색감을 화이트라는 컬러 안에서

어떻게 제시해야 할지 너무나 큰 과제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포인트 배치가 된 드레스를 만드는데

그녀가 순수미술을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란다. 장식을 아무 곳에나 던지듯 꾸미는 게 아니라

드레스의 상하, 좌우에 맞게 구도를 나누어 포인트에 맞는 위치에 액세서리를 달아 하나의 명품 드레스

를 완성하는 게 그녀의 제작법이다.

그래서 엘루어의 드레스는 정리가 잘 된 하나의 미술 작품같다. 앞으로도 엘루어 웨딩을 천안에서 계속

성장시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는 게 목표다. 이것이 그녀의 일차적인 목표라면 궁극적인 목표는 이런

것이다.

“프라다나 에르메스 같이 하나의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브랜드로 엘루어를 성장시키고 싶어요.

물론 이런 포부가 당장 현실적이지는 않다는 걸 알지만 꿈은 꾸고 있어야죠. 외국의 명품

브랜드가 패션 브랜드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부티크 호텔이나 쇼핑 공간을 차렸듯 엘루어도

그런 모습이나 다른 각도의 형태로 영역을 늘리고 싶답니다.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는 제 노력의 여하에 달렸겠죠.”

175cm의 훤칠한 장신에 모델 같은 외모를 지닌 김천혜 원장. 비교적 젊은 나이에 웨딩드레스 숍을

이끄는 수장인 그녀의 야심찬 열망이 현실화되는 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매사 열심히 살고 밝고

긍정적으로 대처하려는 그녀이기에 꿈꿀 수 있는 미래인 것이다.

www.cleb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