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lebus.com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3월 초 평생 ‘무소유’의 삶을 산 법정스님이 숨을 거뒀다. 고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우리는 또 하나의 큰 별을 떠나보냈다. 살아생전 법정스님은 “최고의 종교는 불교도 기독교도 천주교도 아니다. 최고의 종교는 친절이다”라며 타인을 배려하는 삶을 강조했다. 죽는 순간까지 그 어떤 소유도 거부했다. 우리는 그의 죽음을 통해 ‘무소유’의 의미를 곱씹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법정스님 입적 직후 벌어진 기현상

  법정스님이 세상을 떠난 직후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법정스님이 집필한 책을 사기위해 수많은 사람이 서점으로 몰려든 것이다. 단기 판매량을 기준으로 1위부터 8위까지 법정스님의 책이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이 정도면 ‘사재기’에 가까운 수준이다. 어떤 이는 법정스님이 집필한 모든 책을 한 번에 구입하기도 했다. 법정스님의 죽음은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출판계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했다.

  법정스님의 책에 대한 품귀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은 자신이 죽으면 본인이 집필한 책을 출간하지 말라고 한 법정스님의 유언 때문이다. 사람들은 책을 소유하는 것을 그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했다. ‘무소유’의 삶을 강조한 법정스님과 책 사재기에 나선 우리의 모습은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보이는 것에 대한 소유욕, 아직도 우리는 그것을 버리지 못했다.

  돈을 잣대로 가치를 판단하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소유욕의 만연은 당연하다. 법정스님이 죽는 순간까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말은 그러한 소유욕을 버리고 ‘빌려서 사는 삶’을 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법정스님의 말씀마저 자신의 손 안에 두려 했다. 결국 법정스님의 죽음도 인간의 허영심과 소유욕을 내려놓지 못했다.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한 법정스님의 가르침은 책 속에 갇힌 문자에 불과할 뿐이다.

  무엇인가를 소유하려는 욕망은 인간에게 만족감과 불안함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소유를 통해 남보다 우월하게 보이고자 하는 열망 뒤에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 법정스님은 ‘무소유’의 삶을 살다갔지만 딱 하나 소유한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은 삶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진정으로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한다면 이제는 손에 쥔 소유욕을 내려놓자. 주먹 쥔 손을 폈을 때 비로소 다른 이의 손을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