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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 다녀온 이들에겐 추억의 장소요, 기다리는 자들에겐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다. 여성들도 아버지와 남자친구에게 귀에 딱지가 내려않을 정도로 지겹게 듣는 것이 군대 이야기다. 
  굳이 분단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아도 군대는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군대가 사라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냥 갑자기 말이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것처럼...
  그런 상황이 온다면 군대와 함께 우리 곁에서 사라지게 될 것들은 무엇일까? 오로지 필자의 생각대로 다섯가지를 꼽아봤다.

1. 건빵

  말 그대로 마르고 딱딱한 빵인 '건빵'이 가장 먼저 운명을 달리 할 것으로 보인다. 장병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건빵은 적은 양을 먹어도 쉽게 배가 부르는 딱 군대용 식품이다. 라면스프에 찍어 먹어도, 우유에 불려 먹어도, 커피에 녹여 먹어도 맛있는, 건빵은 엄청난 친화력을 자랑하는 군대내 최고의 간식이다.
  이따금 호프집 안주로 얼굴을 비치지만 군대가 사라진다면 모습을 감출 것으로 생각된다. 혹시 최근에 돈을 건네고 건빵을 사본 적이 있는가?

2. 오버로크

  한글로는 '휘갑치기', 사전에는 '마름질한 옷감의 가장자리가 풀리지 아니하도록 꿰매는 일'로 풀이돼 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에게 오버로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간단히 말해 오버로크는 군인에겐 생활이자 자존심이다. 명찰에서 휘장, 전투모까지, 군인의 의복은 오버로크의 손길이 꼭 필요하다. 작대기를 하나 더 올린 계급장을 박을 때, 지난 군생활을 회상하며 개구리마크를 박을 때, '드르르륵~' 오버로크 소리에 군인들은 희열마저 느낀다.
  군대가 사라진다고 해서 면직산업의 핵심 기술인 오버로크가 사라질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일반인들의 기억에선 희미해지지 않을까.

3. 냉동식품

  닭강정, 고향만두, 너비아니, 삼겹살구이... 냉동식품은 군인에겐 특식이다. 모자란 단백질을 보충해 준다고 해야 할까. PX의 주력상품인 냉동식품은 조리법마저 간단하다. 전자렌지에 넣고 따뜻해지면 꺼내 먹으면 된다.
  주말만 되면 PX의 전자렌지는 쉴 틈이 없었다. 잠시 한 눈 팔다 만두를 태워 선임에게 욕 먹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하지만 최근 불어 닥친 웰빙바람으로 냉동식품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훌륭한 소비자군단인 군인들이 사라진다면 냉동식품은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4. 고무링

  개인적으로 군대에서 전투와 가장 상관없는 물품이라고 생각한다. 군대가 사라지지 않아도 몇 년 뒤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능은 바지 밑단을 잡아주는 단 한 가지 뿐. 뭐 나름 옷맵시를 살려주기도 하지만 군인에게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인가. 누가 본다고...
  바지 밑단 속에 고무링을 넣으면 될 것을 구지 따로 착용해야 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또 왜 그리 잘 빠지던지. 하여튼 고무링은 군대가 사라지지 않아도 꼭 없어져야 할 물건이다.

5. 맥심

  커피가 아니다. 군인의 필독서이자 병영 내의 조선일보로 일컬어지는 잡지다. '좋은생각'이 군인들의 삭막한 마음을 달랜다면 맥심은 오로지 군인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잡지다. 주말 내내 일년치를 옆에다 쌓아놓고 봤던 기억이 솔솔 난다. 오락과 흥미 위주의 기사와 연애이야기는 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여자 연예인들의 야한 사진도 군인에게는 큰 활력소다.(잡지를 보는 주목적이기도 했다) 군인시절엔 '전역하고서도 보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전역하고서도 이 잡지를 사 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군대를 주제로 기사를 작성하다보니 그 시절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몸과 마음이 고되기도 했지만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래도 절대로, 단연코, NEVER 두 번은 가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