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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리'부터 '해운대'까지. 지난 10년 동안 한국 영화는 르네상스기를 맞았다. 스크린퀘터제 축소 시도 등 몇 번의 위기도 있었지만 엄청난 자본을 무기로 공격해 온 할리우드 영화에 맞써 놀라운 경쟁력을 보여줬다. 한국 영화의 성장과 더불어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제작되었고, 스타배우들의 출연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영화 산업 구조의 비합리성과 제작진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내 영화 산업은 대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씨제이, 오리온, 롯데그룹 계열사에 의해 제작-배급-상영 시장이 수직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수많은 독립제작사가 존재하지만 열악한 제장 상황 때문에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영화를 제작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년동안 한 편의 영화도 제작하지 못하는 제작사가 허다하다.

  지난 7월 논란 끝에 영화관람료가 인상됐다. 대부분의 상영관이 주중(월~목) 8,000원, 주말(금~일) 9,000원으로 관람료를 천 원씩 올렸다. 과연 이번 인상으로 한국 영화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영화관람료 수익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영화관람료의 10%는 영화진흥기금(3%), 간접배급시 수수료, 부가가치세 등으로 빠져 나간다. 8,000원을 기준으로 800원이 지출되는 셈이다. 이제 남은 7,200원을 상영관과 투자사, 배급사, 제작사가 5대5로 나눈다.(외국 영화의 경우 4대6으로 상영관이 가져가는 비율이 한국 영화보다 더 낮다.) 투자사, 배급사, 제작사에게 남겨진 돈은 3,600원.

  이제부터 계산이 조금 복잡해진다. 통상적으로 남은 수익의 10%(360원)를 배급사에게 떼주고, 투자사에게 투자원금(순제작비+마케팅비)을 돌려준 다음 제작사와 투자사가 4대6으로 최종적으로 남은 수익을 나눠 갖는다. 영화마다 투자원금이 다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제작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정확하게 알기는 힘들다. 또한, 자금을 손에 쥔 대기업의 횡포로 2대8의 비율로 수익을 나누기도 한다. 제작사와 투자사의 수익 배분 비율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부분이다.

제작사 대 투자사의 수익 배분 비율이
       4대6일 경우 : 제작사 = 약 74억, 투자사 = 약 110억
      (2대8일 경우 : 제작사 = 약 37억, 투자사 = 약 147억)

  결론적으로 제작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예상보다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마저도 천만 명이란 엄청난 흥행을 거뒀을 때 얘기다.

  그렇다면 영화관람료 천 원 인상은 누구의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일까.

  지금의 수익 분배 구조로는 영화관람료를 올린다고 해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의 신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기업의 배만을 불리고 관객의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진정한 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불합리한 수익 분배 구조를 개선하고, 스타마케팅에 지출되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실제 영화를 만드는 스탭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국 영화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관객들도 영화는 감독과 배우의 것만이 아닌, 많은 제작 스탭들의 땀과 노력의 산물임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