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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로망, 이브닝 드레스

이현주 (미쉔주 디자이너)

여성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에 예쁜 드레스를 입은 만화주인공을 동경 했을 것이다. 필자는 어렸을 때 만화책에 나오는 드레스를 보고, 직접 따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360도 펼쳐진 벌룬 스커트에 겹겹이 쌓여진 레이스와 화려한 깃털, 그리고 리본이 트리밍 되어서 마리앙뚜와네트 아니면 감히 꿈꿀 수 없는 드레스를 즐겨 그리며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끌림처럼 아름답게 몸을 감싸주는 그런 근사한 드레스를 만들고 싶어서 나는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섰다. 30년 가까이 패션 디자인을 해오신 어머니께서도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비비안 리를 보면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고 하셨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극중에서 비비안 리가 커튼을 잘라 멋진 초록색 벨벳 드레스를 만들던 장면은 누구나 감탄하게 만들고 코르셋으로 가는 허리를 더욱 숨막힐듯하게 조인 모습으로 비비안리가 성인 세 명은 족히 들어갈 만한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스크린을 활보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멋진 상대와 파티장에서, 혹은 결혼식에서 맘껏 뽐내고 있는 그런 순간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다른 시대에 태어나 그런 레이스 몇 백 겹의 드레스는 할로윈 때나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실루엣을 여김 없이 보여주는 우아하고 관능미 넘치는 이브닝 드레스가 있다.  이전에는 TV나 영화를 보면서 멋진 드레스를 입은 여주인공이 파티장에 나타나는 걸 보면서, ‘ 아, 나도 저렇게 예쁜 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하고 가고 싶다.’ 라고 생각했었지만 입고 갈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드레스 문화가 정착 됨으로써 더 이상 이브닝 드레스는 헐리우드 스타들이나 유럽 공주들만의 전유물로만 한정 짓는 것이 아닌,  각 종 파티들과 시상식, 결혼식에서도 자연스레 선보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20세기 이후의 여성 패션은 대부분 좀 더 모던 해지고 중성적인 면을 갖고 있는 반면, 드레스는 여성들의 성적 매력을 과시 할 수 있는 으상으로 지구상에 있는 모든 의복의 종류 중에 가장 여성스러움을 잘 나타내주는 옷이라 할 수 있다.현대의 이브닝 드레스는 역사적인 면과 혁신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우아하게 땅에 닳을 정도의 길이의 롱 드레스를 볼 때 마다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하는 디자인은 혁신적인 사회를 반영한다. 그 둘의 매력을 한번에 가진 것이 바로 이브닝 드레스다. 이브닝 드레스는 주로 여성의 야회복을 일컫는 말로, 은폐와 전략적인 노출로 착용한 사람의 매력을 극대화 시킨다 . 과거에 비해 노출의 압박에서 많이 자유스러워 졌다고 하나, 아직 우리 사회는 가슴이나 등이 깊게 파인 옷들을 입으면 주위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부담에서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새로운 테마는 바로 이브닝 드레스가 아닌가 싶다 .

쑥스럽다고 원피스와 별 차이 없는 애매한 라인을 추구한다면 그 매력은 제 빛을 발하기 힘들 것이다. 가슴에 자신이 있다면 좀더 과감하게 넥라인을 내리고 매력을 발산 해 보자. 마른 체형이라 고민이 된다면 등이 시원하게 노출이 되는 드레스를 시도해 봐도 좋을 것이다. 다소 빈약하고 마른 체형의 소유자들은 하이 웨이스트 라인의 드레스나 귀여운 스타일의 튜브드레스를 권하고 싶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본인이 통통하다고 생각한다면 몸매를 완전히 덮어주는 A라인 드레스나 목이며 팔이며 다 가려주는 드레스는 피했으면 좋겠다. 그럴수록 시원하게 넥라인과 가슴라인을 보여주고, 스트랩은 얇을수록 팔은 가늘어 보인다. 소매가 없는 드레스를 입을 경우 어깨 선이 어깨 바깥쪽을 넘어간다면 팔은 더 뚱뚱해 보일 것이다. 본인에게 맞는 드레스를 선택한 다음 멋진 숄로 등과 팔을 살짝 가려준다면 파티에서 단연 돋보일 것이다 .

롱 드레스보다 좀더 캐주얼한 의상이 필요하다면 칵테일 드레스를 추천한다. 칵테일 드레스는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드레스로 손꼽힌다. 칵테일 드레스는 티 가운이라고 해 1920년대 집에서 초저녁에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적당한 복장으로 발전한 이브닝 드레스에 기원을 둔 것이다. 대게 무릎 바로 아래 길이에 피트 된 보디스와 페티코트 레이어의 풍성한 스커트로 1950년대에 큰 호응을 받았다. 영화 ‘귀여운 여인’의 쥴리아 로버츠를 떠올려 보자. 어린시절에 처음으로 칵테일 드레스라는 단어를 들은 것은 그 영화에서였다. 거리의 여자이던 쥴리아 로버츠는 리처드 기어를 만나 LA최고의 고급호텔인 포시즌 호텔에 묵게 된다. 드레스를 사라고 돈을 받았지만 로데오 쇼핑 스트리트에서는 푸대접을 받고 돌아와 좌절하던 쥴리아 로버츠는 포시즌 호텔에 있는 드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