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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뿔테안경, 트레이닝복 차림. 비단 극중의 캐릭터가 아니라 흡사 본인이 실제로 저렇지는 않을까 싶을정도로 역할과의 100% 일치감을 느끼게 해주는 탁월한 연기력. 공연이 끝난 후에도 정준의 모습 그대로일 것만 같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가졌으면서도 연기와 꿈에 대한 이야기에 눈빛을 빛내는 사람.

화려하지 않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진짜 배우, 이지송을 만나다.

- 정준 이야기부터 할게요. 극 중 정준이 고향에 내려간 뒤에는 어떻게 살았을거라고 생각하세요?

- 일단 자신을 더 사랑하자고 고향에 내려갔지만 아무래도 나난이 정준한테 동미가 임신을 했다고 얘기를 했겠죠. 아마 바로 동미를 보러 올라왔을 것 같아요.

- 과연 동미와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해피엔딩일까요?

- 그럼요~ 언제나 해피엔딩이죠. 싱글즈는 해피엔딩~ 

- 지난 시즌에도 <싱글즈>의 정준 역을 연기하셨는데 이번 시즌과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을까요?

- 지난 시즌에서는 제가 에너지를 많이 표출했어요. 지금보다 조금 센 정준이라고 해야되나? 지금 연출님께서 정준이 좀더 묵직하고, 동미를 안아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저도 공감했구요. 제가 못하고 있었던 부분이기도 해서 그런걸 많이 보강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그때 극장보다 지금 극장이 더 아기자기하고 작아서 좋아요. 무엇보다 담배 신에서 조명이 추가가 되었는데, 그게 가장 좋아요.

- 혹시 주변에 정준 같은 친구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싶으세요?

- 네, 실제로 있어요. 왜그러고 살아~ 하하. 그렇지만 그 순수한 마음은 아주 높이 평가하고, 끝까지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점 때문에 그 친구를 좋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그렇다면 실제로 본인은 정준과 다른가요?

- 어떤 면에선 같고 어떤 면에선 다르고. 잘 모르겠어요. 여자인 친구와 동거를 한다는 점은 아직까진 저한테는 약간 무리가 있는 것 같구요. 저도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나난이나 동미처럼 편한 여자친구는 있어요.

- 뮤지컬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 제가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을 했어요. 방송 엑스트라, 단역으로 먼저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좀 더 깊은 배우, 제대로 된 배우가 되고싶었어요. 그래서 알아보던 중 어느 잡지 기자 누나를 만나서 잡지모델을 잠깐 하게되었는데, 그 누나가 제 고민을 듣고 예장이라는 학원을 소개시켜주셨어요. 거기에 남경주씨 형님이신 남경읍 선생님이 계세요. 그분하고 잠깐 대화를 했는데 되게 큰 산처럼 다가와 주셨어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무작정 이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어릴적부터 연기를 하고싶으셨던거에요?

- 아니요, 저는 원래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공부했어요. 물론 TV에 나오는 것에 대한 동경은 항상 하고있었죠.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그렇지만 제가 그때 당시에는 워낙 숫기도 없고 붙임성도 없었어요. 재수할 때까지만해도 선생님이 너는 안된다고 했으니까. 삼수할 때 제가 조금 마음을 굳게 먹었죠. 그때는 인형극 알바같은거 하면서 발음교정도 받고 발성연습도 하면서 그 돈으로 공부하고. 우선 지금 현재는 행복해요. 지금은 그걸로 된것같아요.

- 지금까지 했던 배역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배역, 혹은 가장 본인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배역은 어떤 역이었나요?

- 음, 배역이 마음에 들었는지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직도 헷갈리는 건데. 렌트의 엔젤 했었을 때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처음으로 알려진 작품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거라.

- 제가 팬카페에서 헤드윅에 대한 내용을 봤어요. 혹시 또 도전하실 생각이 있나요?

- 그럼요. 헤드윅을 하고 싶어서 엔젤에 지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저한테도 그런 여성성이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고. 우선 헤드윅이 떨어졌으니까 이걸 해야지, 라는 것 보다 확인하고 싶었어요. 제가 해낼 수 있을까. 도전해보고싶었어요. 그랬는데 운좋게 된거죠.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욕심나는 배역이 있다면요?

- 사실 모든 작품의 모든 배역을 다 하고싶어요. 욕심이 많거든요. 특히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역을 해보고싶어요. 그런데 지금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가지고있는 이미지란게 있잖아요. 저는 클래식한 작품보다 이런 로맨틱코미디나 발랄하고 밝은 작품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물론 그걸 깨보고싶기는 하죠. 욕심같아선 솔직히 ‘미스터마우스’의 ‘인후’라는 역할이나 ‘렌트’의 ‘마크’, ‘형제는 용감했다’도 해보고싶고요.

- 배우가 아닌 일반인으로서의 이지송은 어떤 사람인가요?

- 어때요?

- 편하세요. 저는 약간 정준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친구같은 그런 배우?

- 봐주시는 그대로일것같아요. 무게감이 없다고 느낄수도 있겠지만, 저는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꾸밈없는 연기를 많이 하고싶어요. 그리고 저는 항상 웃고싶어요.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싶어요. 사실 민감한 편이라 신경을 되게 많이 쓰거든요. 어떤사람이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을 계속 생각하는 좀 피곤한 성격이죠. 그래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 많이하고 있어요. 그런거있죠, 밥먹으러 갔는데 메뉴판보면 이것도 맛있겠고 이것도 맛있겠는데. 너 뭐먹을래? 아무거나. 아무거나가 어딨어~ 뭐먹지 계속 고민하게되는. 근데 요즘은, 한 1년 전부터는 가서 눈에 딱 보이는거 나 이거. 다른게 먹고싶은데도 나는 그거 먹을거야. 하기시작했어요. 그러니까 편하더라구요. 주변에서는 아마 제가 그런줄 모를거에요. 안그런척하니까. 하하하. 

- 공연 후 지하철을 타고 가시던데, 지하철 이용하시는게 불편하지는 않으세요?

- 사실 공연 후 팬들을 마주하는게 어려워요. 저도 지하철 타고 갈때는 무대에서 내려와서 일상적인 삶을 가지는 사람인데 그때만큼도 그러지 못하는게 불편한 감은 있죠. 근데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지금은 괜찮아요. 그리고 어느순간부터는 팬들과 얘기하면서 같이 가게 되더라구요. 전 사람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저런 행동도 하네, 저런 사람은 어떤사람일까. 배우직업상 생긴 습관인데, 사람들이랑 얘기하다 재미있는걸 캐치할때가 많아요. 그래서 예전에는 사람 상대하는게 싫었는데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후로는 좋아요. 얘기하는것도 즐겁고.

- 공연이 없을때는 어떻게 보내세요?

- 민물낚시를 좋아해요. 특히 얘기하면서 밤에 낚시하는거 좋아해요. 그리고 평소에는 공연 없을때도 노래는 꼭 불러보구요, 아직도 코르크 마개 물고 발음연습하고. 혀가 짧다고 생각하거든요. 발음도 안좋다고 생각하고. 해야해요. 안하면 불안해요. 왜냐하면 하고싶은 걸 끝까지 하고싶으니까.

영화 보는것도 좋아하는데 자주는 못봐요. 대신 요즘은 드라마를 많이 보려고해요. 드라마 보면서도 관찰해요. 싱글즈 자체가 내추럴한 호흡을 가져야 하는 일상적인 내용이라 드라마에서 캐치를 많이 했어요. 전에는 티비가 바보상자라고 해서 잘 안봤는데 요즘 저한테만큼은 중요한 자료가 되었어요. 

- 싱글즈는 스물 아홉 살 들의 이야기잖아요, 지송님의 스물 아홉, 서른 살은 어땠나요?

- 어떻게 서른이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전에도 30이란 숫자가 나한테는 어떻게 다가올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전 스물 아홉 살 때 렌트를 했고, 서른 살 때 싱글즈를 맡게 되었어요. 제 인생에 있어선 큰 사건이자 전환점이었죠. 많은 사람들도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저는 참 행복한 스물아홉 서른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모든사람이 그렇듯 극중에 나오는 마이드림이란 노래에 저도 공감하는데요. 과연 내 꿈이 뭘까라는 생각을 아직도 많이해요. 제 꿈은 뮤지컬배우였는데 뮤지컬배우가 되었고 꿈을 이뤘잖아요, 그런데 이루고 나니까 이룬게 아니더라구요. 더 구체적인게 있었어야 되는데 그걸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서른에 와서 그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 예전으로 돌아가고싶지는 않으세요?

- 지금은 어린애로 돌아가서 그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싶어요. 만약 제가 이 일을 좀 더 일찍 알게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되게 많은데, 결과적으로 뭐가 더 행복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중학교때쯤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막상 나이를 먹으니까, 세상에는 할 일이 이렇게 많고 내가 해보고싶은 일도 그렇게 많았는데 왜 그때는 아예 그런생각을 해보지도 못하고 그냥 흘려보냈는지 안타깝더라구요. 무엇보다 큼직큼직한 추억이 많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 예명을 사용하시던데 예명을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지송이란 이름은 어떻게 탄생한건가요?

-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본명은 이병규에요. 근데 우선 야구선수 이병규가 있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 이병규란 이름이 야구선수만 뜨니까 괜히 기분이 좀 그런거에요. 내 사진도 뜨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바꿔볼까 해서 이모님이 잘 아시는 도사님을 찾아갔더니 맑은 눈으로 저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대중이란 이름을 주시더라구요. 하하하. 물론 훌륭하신 이름이지만, 김대중이란 이름이 있기 때문에 제가 쓰기엔 좀 버거운 이름이라 다시한번 생각해주세요 했더니 일주일쯤 뒤에 온 이름이 이지송, 이재목인데 이 두개를 같이써야 좋대요. 재목 이지송, 지송 이재목으로. 제가 마음에 드는 이름은 이지송이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영어로 해도 easy song, 노래를 쉽게불러? 아 이지송으로 해야겠다. 느낌이 딱 왔어요. 그래서 이지송을 했는데 재목을 사람들에게 얘기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쓰는 방법은 사인할 때 jm을 조그맣게 써요. 아마 아무도 모를걸요. 저 혼자 그렇게 쓰고있어요. 저 잘되라고. 하하하.

- 노래를 정말 잘하시던데, 원래 노래를 잘하는 편이셨나요? 노래 연습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 아니요, 원래 잘 못했어요. 지금은 목소리가 그나마 많이 내려갔는데, 전에는 되게 여리고 작은 소리로 얘기했어요. 되게 소심했거든요. 그래서 고쳐야겠단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하다보니까 되더라고요. 노래는 사실 레슨을 받아본적은 없어요. 그냥 뮤지컬배우중에 노래 잘하는 사람들을 많이 따라해보고 혼자 연구를 많이 해요. 그리고 작품할때마다 그 작품의 음악감독님이 많이 봐주시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된 것 같아요. 제 자신으로선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많이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습은 주로 화장실에서 하는데요, 그렇게 좋지 않지만 극장에 먼지가 많으니까 습한곳을 찾다보니 화장실이 저한테는 편하더라구요. 그래서 화장실에서 많이 연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