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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퇴치(를위한) 콘서트그다섯번째(부제 : 아프면아프다고하세요.)

언니네이발관의 일명 '월요병 콘서트'는 매년 찬바람이 불면 찾아오는 언니네이발관만의 고유의 콘서트입니다. 관객과 밴드 모두가 한해 동안 기다리는 특별한 순간이기도 하죠.

이 월요병 콘서트가 특별한 이유는 다른 공연과는 차별화 된 '무심하고 시크한' 공연이라는 점인데요, 관객은 최소한의 숫자로 제한되고, 공연은 시간제로 운영되며 정해진 시간이 되면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연주자는 인사도 없이 퇴장합니다. (노래 도중 사이렌이 울리면 퇴장이라니 정말 당황스럽죠) 앵콜은 물론 없습니다. 관객은 자신이 선택한 날의 내용과 규칙을 숙지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고, 공연의 흐름은 일반 콘서트처럼 짜여진 기승전결도 없이 중구난방 제멋대로 흘러갑니다. 노래하는 곡 수도 프로그램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 주객이 전도될 때도 있습니다.

공연하는 날마다 다양하고 획기적인 주제가 붙게 되는데요, 올해에는 예년보다 축소되어 진행된 월요병 콘서트였기 때문에 하루에 두가지 주제를 가지고 공연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11월 16일에 시작한 월요병 오리엔테이션과 100분토론(남녀간 이성친구 과연 가능 한가? 등의 주제),

11월 23일 음주 월요병(관객은 술을 마시면서 공연을 보고 밴드도 이미 반주를 하고 올라온 상태, 한마디로 즐거운 음주공연),

11월 30일 '신' 혼자 보는사람들이 위험하다(관객은 모두 혼자 와야하고 연주자들 사이엔 칸막이가 설치되어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날),

12월 7일 꼴찌부터 일등까지 : 이발관 대표곡 선발전(토너먼트형식으로 이발관 노래 순위선정),

12월 14일 극장식 월요병 공개방송(월요병 최초 출장 콘서트로 기존 공연과 유사형태),

12월 21일 명작 이천톤(책읽어주는 이발사들)+파자마 언플러그드(크리스마스 파자마파티 형식)

따라서 사전에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선택하시면 더욱 원활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공지가 되어있어요.

월요병콘서트는 늘 홍대에 위치한 Club SSAM(구 쌈지 스페이스)에서 열린답니다. 저는 작년에는 네번의 월요병 콘서트에 갔었는데요, 올해에는 사정상 음주월요병 한번만 다녀왔답니다. 한번밖에 갈 수 없었기때문에 가장 즐겁다고 느꼈던 음주월요병에 참석했어요.

이번 음주월요병은 예년보다 진화(?)하여 관객들이 공연을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클럽 쌤 자체에서 김치전과 막걸리 등을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게다가 공연장 내 곳곳에 붙어있는 인근 배달음식점의 전화번호까지! 작년에는 간소한 안주때문에 보쌈을 먹고있는 다른 팀이 무척 부러웠었는데 올해엔 그럴 걱정이 전혀 없었다는^^

일단 입장을 하면 여기저기서 일찌감치 상이 차려집니다. 무대가 비어있건 연주자가 등장하건 관객들은 끼리끼리 모여앉아 먹고 마시며 즐겨요. 연주자도 당연하게 생각한답니다. 참 쿨한 밴드에요, 그렇죠? ㅎㅎ

그리고 음주 월요병에는 이런 작은 배려(!)도 마련되어있어요. 술과 물이 나오는 정수기라니+ㅁ+)

이미 반주를 하고 무대에 올라온 연주자들의 공연이 시작되고 중간중간 레크레이션 타임도 있었어요. 관객들이 무대에 나가 이발관 노래를 하고 연주자들과 게임을하여 지면 벌주를 마시고. 여느 술자리와 다름없어서 더욱 특별하고 재밌는 공연이에요. ^0^

공연은 게임과 함께 약 15곡의 언니네이발관 노래로 이루어졌구요, 5집에 수록된 '인생은 금물'이라는 노래 도중에 싸이렌이 울리며 공연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한데 모여 사진을 찍죠.

이렇게 공연이 다 끝난 후 밴드 멤버들과 관객들이 한꺼번에 사진을 찍는것이 월요병 콘서트의 전통이랍니다. 대략 이정도 인원으로 세 반으로 나누어 사진을 찍고 집에갈 사람들은 집에 가고 원하는 사람들은 남아서 일명 '면담'을 진행하는데요, 연주자들에게 싸인을 받기도 하고 상담도 하는 시간이에요.

저는 멤버 세 분의 싸인을 받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늘 싸이렌때문에 뚝 끊기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고 독특한 공연이 되어 좋다고 생각해요.

인디밴드 1세대라 불리는 언니네 이발관은 1집의 경우 한국 100대 명반에 꼽히기도 하는 등 인디밴드 매니아 사이에서는 메이저급으로 많이 알려져있어요. 작년에 발표한 5집 '가장 보통의 존재'가 많이 알려지면서 새로이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구요. 그래도 아직은 생소해하는 분들이 많은 듯 하여 언니네 이발관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싶어서 조심스레 추천해봅니다.^^ 좋은 음악 많으니 한번씩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월요병 콘서트에도 직접 참석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월요병 콘서트로 월요병을 퇴치하고 완치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