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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소재는 막장이다. 하지만 '놈놈놈(사랑했던 놈, 사랑하는 놈, 상관없는 놈…)'은 남자들의 사랑관을 유쾌하게 풀어 낸 미워할 수 없는 연극이다. 

  세명의 절친한 친구가 민지라는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줄거리가 막장이 아니라면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변신하는 '아내의 유혹'도 평범한 드라마일 것이다. 10년간 사귄 민지와 헤어져 이별의 아픔에 고통스러워 하는 '사랑했던 놈' 병호, 그런 병호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상관없는 놈' 철용이지만 사실 그는 오랫동안 민지를 짝사랑해 왔다. 반면 그들의 친구 이혼남 승진은 새로운 사랑을 만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그 사랑의 대상이 민지라는 것. 그들의 공통된 여인이 민지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연극은 실종일관 코믹스러운 분위기로 진행된다. 

  하지만 비밀이 베일을 벗는 순간 그들의 우정에 '쩍'하고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 난감한 상황을 주인공들은 어떻게 헤쳐갈까.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세 남자는 철저히 자기 입장에서 상황을 해석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당연히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 연극이 진행될수록 초반의 유쾌한 분위기가 반감되지만 그렇다고 무거운 건 아니다. 칼, 껌, 가디건 등을 활용한 상황 비유는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놈놈놈'의 세 주인공은 친구지만 사랑관은 각기 다르다. 민지와의 이별을 쉽사리 인정하지 못하는 병호(사랑했던 놈)는 사랑과 집착을 잘 구분하지 못하며 이별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데에서 찾는다. 10년간 민지에 대한 짝사랑을 지켜온 철용(상관없는 놈)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만 거듭하는 소극적인 남자이다. 매사에 '쿨'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그 어떠한 제약도 있을 수 없다는 승진(사랑하는 놈)은 사실 여자에겐 지고지순함을 강요하면서 자신에겐 너무나도 관대한 자기 중심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한국 남자들의 보편적 사랑관을 각각 대표하며 자신이 우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소극장 공연이 다 그렇듯 협소한 공간과 열악한 냉방시설은 관객에게 약간의 불편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세 남자의 모습에 나 혹은 남자친구를 대입시키며 연극에 몰입하다 보면 그러한 것들은 어느새 잊혀진다. 우리는 때로는 병호처럼, 어떤 이에겐 철용의, 머리속으론 승진과 같은 사랑을 꿈꿀지도 모른다. 어쩌면 분명하게 갈리는 세 남자의 사랑관은 한 사람의 내면에 모두 존재할 수도 있다. 분명한 점은 사랑은 높고낮음을 따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연극 '놈놈놈'이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만약 지금 당신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처한 상황이 어떻든 진심으로 고백하라는 것이다. 그녀를 위해서? 아니면 사랑을 위해서? 아니다, 오직 지금의 당신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