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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그런 깡패영화라고 생각했다. 적당한 액션에 미지근한 로맨스를 섞어놨을 것이란 예상은 대부분 관객과 나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영화속 깡패 '동철'과 실업자 '세진'의 3류 사랑이야기는 기대하지 않았던 큰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가 끝날 때즘 우리는 '동철'과 '세진'을 조용히 응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제목 그대로 깡패와 실업자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갑작스런 회사의 부도로 직장을 잃고 달동네로 이사온 '세진'의 옆집에는 험악한 인상의 깡패가 산다. 아주 진부한 우연에서 영화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상 쓴 얼굴이 어울리는 박중훈이 깡패역을, 이름보다 얼굴이 익숙한 배우 정유미는 맑은 눈망울만큼이나 순한 배역을 맡았다. 이처럼 '내 깡패같은 애인'에는 특별한 소재나 배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조폭이 등장한 뮤직비디오를 재구성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가벼울 것 같던 영화는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양제를 먹고 영양실조에 걸리는 세진, EBS강의를 시청하는 동철의 어이없는 모습은 소소한 웃음을 전해주는 동시에 쓴웃음을 짓게 하는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깡패와 실업자, 동철과 세진은 타인에 의해 이 시대의 패배자로 불린다. 취업을 위해 몸을 팔 것을 강요하고, 전과자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 주위의 빗나간 시선은 동철과 세진을 위축시킬 뿐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밑바닥 인생이라 말하는 둘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이뤄질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갑작스런 입맞춤으로 마음을 표현한 세진에게 동철은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며 "깡패 처음 봐!"라고 부르짖는다. 잔뜩 찡그린 동철의 얼굴에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슬픔이 느껴진다. 이따금 영화에 등장하는 전선들에 의해 가려진 하늘은 그들의 복잡한 현실의 간접적 묘사가 아닐까.

  이창동 감독의 '시'와 전도현 주연의 '하녀'와 같은 시기에 개봉한 탓에 영화는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 깡패같은 애인'은 보는 이의 마음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영화이다. 영화에 '사랑'이란 단어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우리는 여러가지 사랑을 목격할 수 있다. 그나저나 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동철과 세진은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