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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노팩토리의 지하 전시공간은 항상 나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장소다. 참신한 작품과의 만남이 상상의 나래를 펴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하로 향하는 계단에서의 나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다. 무더운 어느 토요일, 그곳에서 새하얀 눈과 같은 그녀들과 마주쳤다.

  여성의 나체는 고대부터 수많은 예술가가 다뤄온 소재 가운데 하나이다. 아직까지도 예술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여성의 신비로움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인 모양이다. 진혜주 작가의 'She'에도 하얀 나체의 여인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에 하얀 여인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새하얀 여인이 전부였다면 관람객들은 그녀의 작품에서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여성의 나체를 다뤘음에도 그녀의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네모난 상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보통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육면체는 사회적 억압과 굴레 따위를 상징한다. 그래서 우리는 하얀 여인이 상자에 갇혀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하얀 여인은 상자에 갇혀있는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특별한 느낌이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작가는 사회적 억압과 갈등 따위와 상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그렇다면 여인을 둘러싼 육면체의 의미는 무엇일까. 수많은 해석이 가능하지만 난 그것을 액자의 다른 표현으로 생각했다. 연속된 시간을 하나의 장면으로 분절하는 액자처럼 상자도 시간을 자르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자는 액자와 달리 3차원의 공간을 담는다. 바로 그 공간 속에 신비로운 하얀 여인이 자리를 잡고 있다.

  상자의 해석은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작가가 상자의 의미에 대해 특별히 규정짓지 않은 덕분에 관람객은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작은 얼굴에 비해 풍만한 몸,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이 묘하게 평온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풍긴다. 부드러운 곡선이 강조된 여인의 몸은 흑과 백의 명암으로 더욱 돋보인다. 그것은 자유를 지향하는 감정과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의 다른 표현으로 느껴진다.

  하이힐, 손수건, 핸드백, 커피잔 등 여인의 일상과 가까운 소재들도 등장한다. 이는 작품에 여성스러움을 더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지나친 추상을 제한하는 기능을 한다. 뒤돌아 선 여인과 열쇠가 등장하는 작품을 나는 'She'의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무엇을 여는 열쇠인지 알 수 없지만 모든 일의 실마리는 가까운 곳에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는 것은 아닐까.

  행복한 상상의 시간을 마치고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오르는 나의 머리속에서 조금 전 마주친 'She' 작품들이 천천히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She'

Jinny Chin(진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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