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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11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조승우와 수애의 열연도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흥행으로 이끌진 못했다. 12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59억 원 가량의 손해를 보고 조용히 막을 내렸다.

개봉 전 언론의 기대를 한 몸을 받아 

  조승우와 수애의 만남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은 집중됐다. 외모보다는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흥행보다는 작품성을 보고 출연하는 배우들이 선택한 영화여서일까. 명성황후 시해사건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다뤘음에도 대다수 언론은 호평을 넘어서 극찬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개봉 초 반짝했을 뿐, 활활 타오를 것 같던 불꽃은 금세 꺼져버렸다. 도대체 극찬을 받은 영화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연의 연속에 의해 전개되는 스토리

  영화는 지나치게 우연에 의존한다. 자영(수애분)과 무명(조승우분)의 만남은 운명적이기보다는 억지에 가까운 설정으로 다가온다. 역사적 사건에 실존하지 않은 인물을 껴맞춤으로써 발생한 부작용일 것이다. 억지스런 설정 탓에 영화는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지만 여기까지는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치자. 다행스럽게도 영화는 역사적 진실보다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오히려 독이 된 과도한 그래픽 처리

  하지만 궁궐에서 갑자기 설원으로 바뀌는 장면에선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등장인물은 칼을 들고 싸우는데 그래픽은 메트릭스 수준이다. 이미 그래픽은 조선시대의 것을 넘어섰음에도 영화는 액션과 로맨스 사이에서 철저히 '중립'을 선언한다. 그러나 영화는 멜로라 하기엔 전투적이고 액션이라 하기엔 눈물이 너무 많다. 차라리 자영과 무명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좀 더 초점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고종과 명성황후, 무명의 삼각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결정적 실수, 무명의 '칼' 

  감독의 결정적인 실수는 무명의 칼이었다. 생선가게에서나 볼 법한 짧고 뭉툭한 칼은 도저히 곱게 봐줄 수가 없다. 굴곡 많은 무명의 삶을 표현한 장치로 보이지만, 정말 폼 나지 않는 선택이었다. 아무리 무술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짧은 칼을 휘두르며 수많은 적을 상대하는 무명의 모습은 억지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명성황후가 만들어준 갑옷을 입고 홀로 흥성대원군의 대군에 맞선 무명의 결연한 모습과 생선칼(?)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주연배우들의 빛 바랜 연기력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조승우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가 입대한 뒤 영화가 개봉한 점도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몇 가지 잘못된 설정 탓에 주인공들의 뛰어난 연기력은 조용히 묻혔다. 그렇게 불꽃은 금세 꺼져버렸고 아름다운 나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