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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NO! 그것이 SM의 'Hug'였다면?

대중문화, 그 거대한 권력에 대하여

<<상상력에 권력을>>

(탁현민 저, 더난출판)

  '상상력에 권력을'... 참으로 자극적인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독서를 할 때 크게 가려서 읽거나 피하는 종류의 책은 없지만, 나 역시 사람인지라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 등에 있어 몸의 감각을 곤두서게 하는 '자극적인' 책에 눈길이 먼저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제목을 보고 어떤 분야의 책일지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유명한 달변가, 탁현민의 문화 다큐라고? 독서하는 데에는 '눈'만 있으면 되는 법. 암. 좋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읽고 시작한 이 '자극적인'책을 살짝만 함께 엿보자.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인 탁현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내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탁현민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故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공연 <다시 바람이 분다>를 기획했던 일이었다고 하겠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모두가 머뭇머뭇 쭈뼛쭈뼛하는 사이, 그는 "모든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외쳤던 우드스탁을 꿈꾸며 하나 둘 사회의 금기들을 척척 해내버린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대중과 문화라는 사회적 코드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쓰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 따라서 대중을 단지 다수의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가 아닐 수 없다. 대중은 결코 다수의 사람들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 그래서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향유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대중인 것이다.…

(서문 중에서)

  책은 서문과 부록을 제하고 크게 세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각 파트를 간단히 정리해 보고 본인이 생각했을 때 아쉬웠던 점 등을 위주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 파트, 길 잃은 한국의 대중문화

  첫 번째 부분에서 저자는 대중문화, 보다 좁은 범위로 따지면 자신이 비교적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대한민국의 '하이리스트 노리턴 비즈니스'로서의 연예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를 예로 들어 설명한 부분이 흥미로워 소개하자면 동방신기가 불렀던 노래를 그들의 노래로 이야기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가 되며, 그 노래는 단지 SM이 선택한 동발신기가 불렀을 뿐이라는 주장이 충격적이지만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SM의 입장에서는 그 음악을 굳이 동방신기가 아니더라도 다른 어떤 이에게 부르게 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단지 동방신기는 그러한 선택 중 하나였을 뿐인 것이다. 이러한 상업적인 부분 이외에도 연예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신인배우들의 희생 강요, 노예 계약 문제 등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속 시원한 독설을 퍼부으며 낱낱이 문제를 벌려 놓는다. 그러나 대중문화라는 분야 자체를 연예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조금은 편중시켜 풀어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조금 아쉬웠으며, 그 할당 분량이 생각보다 많다고 여겨졌다.

두 번째 파트, 상상력만이 살 길이다

  저자는 가장 완벽한 문화 사회는 금지와 금기가 없는 사회라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제시하며, 금지와 금기 없는 사회가 혼란의 사회일 것이라 우려할 수도 있지만 역사는 인간이 자유와 방종을 구별할 수준은 갖추고 있음을 그 흐름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문화예술의 상상력이 협소해지고 사람들이 그로부터 멀어질수록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고통이 더 커질 뿐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이 바뀌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바람이 불어 우리를 숨 쉬게 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 바람은 찌든 일상 속에서가 아니라, 바로 대중문화예술의 놀랍고도 '아름다운 상상'에서부터 비롯되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 번째 파트, 탁현민, 내가 빚진 것들에 대하여

  마지막 파트에서 저자는 이렇듯 대중문화에 대해 여과 없는 비판과 대안제시를 하고 있는 자신조차도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비난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기고 있음을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그는 세 번째 부분을 본격적으로 쓰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씀으로써 자신의 이러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문화가 여전히 저 높은 곳에서 반짝거리는 별빛 같은 것이라고, 우리가 발 딛고 서는 현실과는 다른 무엇이라고 믿는 나의 천박한 인식에 침을 뱉는 기분으로, 그렇게 누워서 침 뱉는 기분으로 살았다.

그래서 대중문화에 대한 나의 빈정거림은 결국 나에 대한 빈정거림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빈정거리는 이유는?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라고 해 둔다.

  저자는 죽도록 일만 시켜서는 아무도 죽도록 일을 안 한다는, 그런 강요의 방식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해 자본은 소름이 끼칠 만큼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세계'를 야금야금 갉아 먹어 왔다고 제시한다.

  현 시대를 '일과 놀이가 합치되고, 자본이 앞장서서 새로운 상상력과 반동적 사고를 추켜세우는 시대, 체제 순응적이며 묵묵히 일하는 사람을 능력없고 전망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시대'로 비교적 명확하게 진단하고 있으면서도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답을 구하며 고민하는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누군가 매번 힘들고 불편한 공연들을 본인이 먼저 나서서 기획하는 저자를 보며 왜 그렇게 항상 힘든 길을 가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언제나 '사서 고생하는' 그가 안쓰러워서였을 수도, 신기해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가 했다는 대답이란 게 마음을 찌릿하게 만든다.

"무서워서요. 왜 무섭고 떨리면 더 소리 지르고 발악하게 되지 않나요?"

  우리들의 대중문화가 더 이상 우리와 이 사회의 미래를 마음껏 상상하지 못 하게 되어 버릴까봐, 자신의 작품들이 더 이상 대중들을 설득하지 못할까봐 너무나 두렵다는 그가 우리 안에 숨어있는 각각의 자아는 아닌가. 더 이상 상상하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 그 두려움에 대한 탁현민, 그의 대담하고도 걱정 가득한 이야기들이 더 듣고 싶지 않은가? '상상력에 권력을'. 본인이 느꼈던 이 책의 자극적인 매력에 끌리는 당신, 이제 그만 참고 손을 뻗어보는 것은 어떨지.

성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