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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조들의 향기가 머물러 있는 곳,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을 엿보다

  박물관 : [명]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 자료를 수집·보존·진열하고 일반에게 전시하여 학술 연구와 사회 교육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시설. 박물관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일반에게 전시하여". "사회 교육에 기여할 목적으로".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과제에 파묻힌 대학생, 업무에 억눌린 직장인, 입시에 고개 숙인 고등학생, 가사에 지친 주부들에 이르기까지 박물관, 그것은 이미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대'일 뿐. 한 번 마음먹고 가려면 하루 종일이라서, 입장료가 부담스러워서, 교양 있고 고고한 유물 관람 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 사치 같아서. 이런 고민 때문에 박물관을 '활동 무대' 리스트에서 뺀 당신. 이제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이하 숙대 박물관)을 주목하라!

  숙대 박물관은 숙명여자대학교 제2창학 캠퍼스의 르네상스플라자에 위치하고 있다. 개관은 1971년이었으나, 현재의 건물로 2004년에 이전하여 정영양 자수 박물관과 위 아래로 함께 오픈하게 된다. 종합 문화공간인 르네상스플라자는 숙전 당시의 김경애 동문이 시가 40억 상당의 토지 문서를 기증하여 만들어진 곳이라는 여담도 들을 수 있었다.

   1층 건물 입구에서 숙대 박물관으로 내려가다 보면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이 바로 벽면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스테인드 글라스. 인천가톨릭대학교 조광호 신부님의 작품 <꽃과 바람과 빛>이다. 단일작품으로는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전시물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느낄 수 있듯이 숙대 박물관은 크지 않다. 꼼꼼하게 유물 하나하나를 여유 있게 돌아보아도 30분 이상 걸리지 않을 듯하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보이는 것은 김남조 시인의 헌시. 숙대의 명예교수였던 김남조 시인이 박물관 오픈 당시 써 준 것이라고 한다.

  숙대 박물관의 첫 번째 강점 은 여대 박물관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여성 관련 유물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 화려한 노리개들과 비녀가 여성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어 숙대 박물관의 두 번째 강점 은 황실에서 세운 학교라는 점을 강조함과 동시에 왕실 유물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왕실에서 내사했다는 증거로 고리부분에 조선왕조를 상징하는 이화문양이 정밀하게 세공되어있는 내사함이 눈에 들어왔다.

  숙대 박물관에서 특별하게 여긴다는 '사규삼'이라는 유물 역시 호기심을 자극했다. 숙명여대의 전신인 명신여학교를 세우도록 한 고종의 비 순헌황귀비가 자신의 아들 영왕 이은이 열 두 살의 어린 나이로 일본에 볼모로 잡혀 가게 되자 안쪽의 저고리와 바깥 두루마기의 겨드랑이 부분을 꿰매어 어린 아들이 입고 벗기에 편하도록 직접 만들었다는 자그마한 옷이었다. 학부형들이나 연세 지긋하신 동문들이 방문하면 눈길을 떼지 못한다는 애틋한 모정이 깃든 유물을 보며 박물관의 유물들은 격식을 차리고 지식적인 부분으로만 관람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관람객들끼리 와서 이것저것 구경만 하기는 무언가 아쉽다고 생각된다면 숙대 박물관만이 제공하는 특별 서비스를 누려 보는 것도 좋다. 숙대 학부생들로 구성된 '숙명 문화 봉사단'이라는 단체에 학예 사무실을 통해 투어를 신청하면 단복을 단정하게 입은 예쁜 학생들이 직접 공부하고 교육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관람 대상에 맞는 투어를 진행해준다.

  이 모든 과정에 드는 비용은 0원. 관람도, 투어도 모두 무료다. 기대감과 호기심을 가득 가지고 성숙한 문화인의 자세만 갖추어 가면 그것으로 준비완료이다. 관람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10시~오후5시까지 자유롭게 가능하며 단, 일요일과 국가 공휴일, 전시 교체기에는 휴관한다.

점점 추워지는 겨울, 숙명여대를 찾아 아담하고 예쁜 캠퍼스를 거닐다가, 몸을 녹이고 싶어지면 박물관에 들어가 따뜻한 선조들의 기운이 묻어나는 유물들을 관람하고 마음의 양식으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상큼한 여대생들의 기운에 한 번 훈훈해진 마음을, 옛 선조들의 향기로 두 번 훈훈하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문의 :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 학예 사무실 02)710-9134

취재 : 성가은